현재 중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8학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한다. “과도한 학습부담을 줄이고 영어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바꿔온 대입제도를 또다시 손보겠다는 것이다. 개편 이유 역시 매년 그 소리가 그 소리다. 대다수 국민은 이제 대입제도 개편 이야기가 나오면 짜증부터 낸다.
도대체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1년이 멀다 하고 입시제도를 바꾼단 말인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매년 달라진다면 그건 결코 좋은 것일 수 없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공부는 둘째 치고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며 이해하기도 너무 벅차다. 광복 이후 대입제도가 크게 바뀐 것은 16차례다. 세세한 변경까지 포함하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당장 2017년도 수능 개선안으로 문·이과 통합방안이 나와 있고 한국사는 2017년부터 절대평가로 바뀔 예정이다. 영어는 2014년에는 수준별로 AB형으로 나눠 치르더니 1년 만에 이를 폐지해 버렸고 이제 다시 2018년부터는 쉽게, 그리고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무슨 교육부의 모르모트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라도 입시제도가 잘 돌아간다면 또 모르겠다. 알다시피 지금의 대입제도는 난수표 읽기보다도 어렵다. 종류별로는 수백개, 대학별로 다 따지면 무려 3000개가 넘는 전형이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학생 선발을 다양화하고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준 결과라고 자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입시를 우연과 요행, 정보전으로 만들고 말았다. 대학 들어가는 게 3차원 방정식보다도 복잡하다.
제도 개편 때마다 내세우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말도 허구다. 수능이 쉽거나 일부 과목이 절대평가가 되면 여전히 상대평가인 다른 과목이나 논술, 입학사정관 전형 등 다른 곳으로 사교육비가 몰리게 마련이다. 쉬운 수능은 실력보다는 실수로 당락을 가를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재수, 삼수생을 늘리고 결국 사교육비 증가와 직결된다. 앞에서는 줄지만 뒷문으로는 늘어난다. 쉽게 출제하는 게 목표라면 아예 시험을 없애는 것이 낫지 않겠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 국제화의 시대에 영어를 이렇게 취급해도 되나. 결과적으로 고교 이후의 영어 사교육비를 다락같이 높일 뿐이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권리로 이렇게 매년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 대입전형을 누더기로 만들어 왔나. 바로 교육부 공무원들이다. 대입제도는 법령도 아니어서 국회나 국무회의 의 의결이나 심의도 거치지 않는다. 공청회를 거친다지만 교육부가 대학교육협의회 자치규약 형태로 지침을 내리면 그만이다. 매년 손쉽게 바뀌는 것도 그래서다. 몇몇 공무원의 제멋대로 아이디어로 전체 학생의 운명을 흔들어댄다. 하지만 정작 2년 연속 수능 오류로 온 나라가 법석을 떨어도 옷 벗었다는 교육부 공무원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령모개식 개편은 거의 매년 반복되지 않았나.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입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대학지원실을 차제에 폐지해버리자. 대입 제도를 그냥 좀 한동안이라도 내버려 두라. 좀 문제가 있더라도 매년 바꿔 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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