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한민국은 派獨 광부·간호사에 큰 빚 졌습니다"

입력 2014-12-26 21:21   수정 2014-12-27 05:12

인사이드 스토리
박정희 대통령 이어 46년 만에…父女 대통령의 감사편지

파독근로자 다룬 '국제시장' 돌풍
평균 73세…집값 부담 귀국 못해
"잊지않고 기억해줘 고맙습니다"



[ 강경민 기자 ]
“지금이라도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통령께서 이렇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주시다니….” 1970년 독일로 건너가 3년 동안 광부로 일했던 최희석 씨(66)는 눈시울을 붉히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당시 앞도 보이지 않는 지하 막장 1200m에서 근무하면서 3년간 동료 3명을 잃었다”며 “그럼에도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버텨냈다”고 회상했다.

1960~70년대 독일로 건너가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 파독 근로자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최근 이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도 개봉 8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파독 근로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단법인 한국파독협회와 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가 주최한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감사 송년회’가 열렸다. 1963년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가 첫 비행기에 오른 지 51주년을 기념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963년 12월21일 파독 광부 1진 123명이 에어프랑스기에 몸을 싣고 독일로 떠난 이래 1970년대 후반까지 광부 7936명과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1만1057명이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 파견됐다. 이 중 3분의 1가량인 6000~7000명만 국내와 독일 등에서 생존해 있다. 첫 파견 후 51년이 흐른 지금 파독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73세까지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통해 파독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여러분께서 흘리셨던 땀과 눈물은 희망의 밑거름이 되었다”며 “우리 대한민국은 여러분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신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새해를 맞아 파독 근로자를 위로하기 위해 편지를 쓴 지 46년 만에 대통령이 보내는 편지다. 정 장관이 박 대통령의 서신을 읽는 도중 행사장 곳곳에선 눈시울을 붉히는 파독 근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1만9000여명에 달하는 파독 근로자 임금을 담보로 상업차관 1억5900만마르크(약 3500만달러)를 얻어 1960~70년대 경제 개발의 마중물로 쓸 수 있었다.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이민화 씨(65)는 “당시 교사 월급이 4만5000원이었는데 광부는 한 달에 12만~13만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1966년 독일로 건너간 파독 간호사인 황보수자 씨(66)는 “독일 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던 현지인들이 한국인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평가했다”고 털어놨다.

정 장관은 “파독 근로자들이 이역만리에서 흘린 눈물이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며 “장관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하대경 한국파독협회 회장은 “늦게나마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경제부흥에 헌신한 파독 근로자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1971년부터 25년간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하 회장은 “현지에 남은 근로자 대부분이 광산에서 일한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되는데도 적은 연금으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며 “고국 땅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어도 국내의 높은 집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