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윤 기자 ]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은 미국 경제의 급부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미·중 경제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과 자오시쥔(趙錫軍)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장 중심의 자원 배분과 기업들의 혁신역량을 미국 경제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비대한 금융 부문 등 약점도 많아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패권을 회복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왕 주임은 최근 미국 경제의 선전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의 긴축 과정에서 억눌렸던 미국인들의 소비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자오 부원장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높은 점이 미국 경제의 최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방적인 이민수용정책으로 전 세계 인재들이 몰려들어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미국만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이 같은 부상이 중국의 경제 활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왕 주임은 “미·중 경제는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호조는 중국의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하면 두 나라 간 무역마찰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 부원장은 다만 “중국 경제는 현재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미국 경제 회복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과거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세계 경제가 ‘미국 원톱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오 부원장은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7%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을 큰 격차로 앞서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 주임은 △미국 정부의 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으며 △금융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미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행태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 주임은 아울러 “미국이 세계 경제 및 정치 무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패권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양국의 협력과 견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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