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대 시대 이후 준비"…현대車, 불황에도 승진 확대 역발상

입력 2014-12-26 22:05   수정 2014-12-27 05:59

현대차그룹 정기 임원인사

"위기일수록 투자 늘려라"
정몽구 회장 경영철학 반영

43.6%가 R&D 담당
핵심기술 전문역량 강화
영업·마케팅 부문도 강세

여성임원 3명 승진대열 합류



[ 정인설 기자 ]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임원 인사에 대해 역발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기업들은 불황기에 임원 승진자를 최소화한다. 앞서 인사를 단행한 삼성과 SK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원 승진 규모를 작년보다 각각 27%, 17% 줄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전년보다 더 많은 임원을 승진시켰다.

대내외 경영 환경은 불투명하지만 전 직원의 사기를 끌어올려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하나다. 올해 800만대 이상을 판매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이 26일 실시한 정기임원 인사에 따르면 부사장 승진자가 지난해 14명에서 17명으로, 전무급은 36명에서 44명으로 각각 늘었다.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3.3% 증가한 433명이 승진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이번 승진 인사에 반영됐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인사명단 A29면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승진자가 많았다. 전체 승진 임원 중 R&D 분야가 43.6%를 차지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규모였다. 17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에서도 4명이 R&D 부문에서 나왔다. 정락 현대·기아자동차 소형PM센터장(60)과 방창섭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54)이 대표적인 예다. 정승균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58), 이계영 현대제철 기술연구소장(53) 등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핵심기술 분야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위원 3명도 새로 선임했다. 2009년 처음 도입된 연구위원은 R&D 최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연구에만 집중하고 지속적인 R&D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목표인 800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R&D 부문을 강화하는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도요타 프리우스를 능가하는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친환경차 모델 수를 현재의 3배로 늘려 2020년까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양강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업 및 마케팅 부문에선 이용우 현 대차 브라질법인장(55)과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사업부장(50) 등 5명의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전체 승진자 중 영업 마케팅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26.8%(116명)로 R&D 다음으로 높았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판매를 늘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성 임원 3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있었다. 김원옥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 사업담당중역이 상무보A로 승진했다. 현대캐피탈 리스크관리실장 이소영 부장은 이사대우로, 현대캐피탈 디자인랩실장 이정원 부장도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신임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사대우 160명 가운데 34명은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은 발탁 인사였다.

사장단 인사는 없었다. 올 들어 지난 3월 안병모 기아차 부회장이 승진한 것을 비롯 4월 최성기 현대차 사장, 7월 박한우 기아차 사장, 8월 이원희 현대차 사장, 10월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등 5명의 사장급 이상 인사가 단행됐다. 사실상 수시 인사 관행이 정착됐다. 현대차는 내년 1분기 중 일부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을 교체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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