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취업길 뚫자"…인문계생들, 프로그래밍 '열공'

입력 2014-12-26 22:19   수정 2014-12-27 08:25

대학가 'IT 동아리' 확산
문과 전공만으론 취업 어려워…"SW·3D프린팅 등 지식 쌓자"
전문가 초청 강의·스터디 활발

기업 '인문학+IT' 인력 확대
삼성, SCSA로 인문계 선발
서울대도 SW교과 대폭 강화



[ 오형주 기자 ]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대 연구공원 220호에서 프로그래밍 동아리 ‘피로그래밍’의 첫 교육이 열렸다. 강의실 스크린에 ‘본격 인문계 탈출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뜨자 참석한 학생 20여명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동아리 회장 김정현 씨(경영대학 3학년·25)는 “정보기술(IT)에 무지한 인문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계 대학생들 사이에 프로그래밍(코딩)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구직시장에서 ‘인문계 홀대’ 혹은 ‘인구론(대학 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문계생의 취업문이 좁아지자 소프트웨어(SW) 등 IT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달 초 만들어진 ‘피로그래밍’은 서울대에서 인문계생 등 IT 비전공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첫 프로그래밍 동아리다. ‘인문계 탈출 프로젝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인문계생 회원 모집에 적극 나섰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초 2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76명이 지원했다. 특히 지원자 중 53명(약 70%)이 경영·경제·사회 등 프로그래밍과 무관한 인문계 전공생들이었다. 인문계 학생이지만 IT 분야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인문계 출신 SW 기획자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피로그래밍은 7주간 컴퓨터공학 전문가를 초청해 주2회 강의와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이다. HTML, CSS, Javascript, Python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코딩하는 법을 배워 장기적으로 웹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전반적 지식을 쌓는 게 목표다.

인문계생의 관심 영역은 SW뿐만 아니라 3D프린터 등 IT 전반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중앙대에서는 지난해 인문계생들을 주축으로 3D프린터 동아리 ‘위드스캔’이 생겨났다. 동아리 회장 정만연 씨(경영학부 3학년·24)는 “프로그래밍이나 3D프린터 기술은 기초가 없어도 6개월만 제대로 배우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생들이 IT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은행원 등 인문계 대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프로그래머와 같이 이공계 기반의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소프트웨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삼성은 지난해 인문학과 IT를 융합한 프로그래머 양성을 목적으로 SCSA(Samsung Convergence SW Academy) 전형을 신설했다. 삼성이 연간 400명의 인문계 졸업자를 SCSA를 통해 뽑자 SW에 인문계 학생들의 관심도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학들도 인문계 학생 대상 IT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SW 전공 선도대학에 선정된 서울대는 올해 2학기부터 정보문화기술학 연합전공에 SW 교과목을 대폭 강화했다.

1997년 네오위즈 창립멤버로 서울대에서 정보문화기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준환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올해 30명을 선발하려고 했는데 SW 교육이 강화됐다는 소식에 지원자가 100여명이나 몰렸다”며 “인문계 전공을 IT와 융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문계 등 비전공자에 대한 SW 교육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비전공자 대상 SW 교과목을 개설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실전적 SW교육지원 사업’에 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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