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라고 해. </p> <p>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네가 상대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형세를 분석한 너의 안목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야.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같은 거니까.'</p> <p>-윤태호 작가, '미생' 중</p> <p>'미생'의 주옥같은 명대사에 나와 있듯, '그냥 두는 수'도 '그냥 하는 일'도 없다. 한 수마다 계획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는 한 수에 따라, 작은 일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p> <p>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끝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도 달력의 마지막 남은 한 장을 뜯기 아쉬워하며 분주한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해 게임업계에서 활약한 기업들의 빛나는 '신의 한 수'를 꼽아보았다.</p> <p>■ 20살 청년 넥슨의 파란만장한 2014년</p> <p>2014년을 가장 파란만장하고 스펙타클하게 보낸 이는 누굴까?</p> <p>아무래도 올해 딱 20세를 맞이하며 공식적으로 성인이 된 이들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도 당당하게 즐길 수 있고, 연애도 눈치 안보고 마음껏 할 수 있으며, 대외활동이나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등학생 때는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도 쌓을 수 있다.</p> <p>
게임업계에도 올해 딱 20살을 맞이한 청년이 있다. 바로 넥슨이다. 게이머치고 넥슨 아이디 하나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고, 업계 관계자 치고 '카트라이더' 혹은 '메이플스토리' 개발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진 중견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며 여전히 청년 넥슨으로 통한다.</p> <p>따라서 넥슨의 '신의 한 수'는 20살에 접어든 청년들의 모습처럼 '패기와 도전'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약 빤(?) 운영'으로 젊은 기업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기존에는 온라인 게임에 올인했지만 모바일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을 했다. 2014년 넥슨의 모습을 패기와 도전으로 나눠 살펴보자.</p> <p>■ '약 빤' 넥슨의 젊은 패기, 신선한 아이디어와 셀프 디스</p> <p>소위 말하는 '약 빨았다'는 표현은 '막 나가는, 정신나간, 재밌는'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얼핏 들으면 비속어 같지만,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약 빨고 쓴 노래가사, 완전 대박'라고 이야기한다면, '노래 가사가 끝내주게 좋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p> <p>자유분방한 게임업계지만, 이상하게도 한 기업의 수식어로 '약 빨았다'를 붙일만한 곳은 드물다. 하지만 넥슨은 가능하다. 심지어 '약 빤'이라는 수식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향하는(?) 한다.</p> <p>최근 유튜브 조회수 100만을 돌파한 영상이 하나 있다. '서든어택'에 새롭게 추가된 개그맨 조윤호와 이국주의 캐릭터 영상이다. 특히 FPS 장르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이국주 캐릭터는 총을 쏘는 와중에도 '호로록, 으랏차, 1구역에 족발이 있어요!' 등을 외쳐, 오히려 아군을 빵 터지게 만들어 팀킬을 한다.
</p> <p>올해 초에 선보였던 형돈이와 대준이의 '또, 라이더' 영상도 만만치 않다. '카트라이더'의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는 영상이었지만, '넥슨은 신경써라 비매너 신고해도 계속 접속한다', '내 루찌는 어떡해요 내 RP는 어떡해요' 등의 셀프 디스 노래 가사로 화제가 되었다.</p> <p>이밖에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턴의 '그려는 드릴게'와 같은 자유분한 포스팅이나 네오플의 역사적인 만우절 이벤트까지 공통점이 있다. 한 마디로 '약 빨았다'는 것. 유저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청년 넥슨의 젊은 패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p> <p>■ 새로운 도전 '모바일'과 e스포츠 투자, 유저에게 보답하는 책임</p> <p>20살이 되었다고 패기만 부릴 순 없다. 책임 없는 패기는 객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넥슨의 책임은 유저들에게 보답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유저들에게 다시 돌려주며 의젓한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p> <p>먼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있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여전히 가장 큰 수입이 온라인 게임에서 나온다. 따라서 모바일 게임으로 뛰어드는 속도가 다소 늦었다. 하지만 2월 '영웅의 군단'을 출시했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었다.</p> <p>'영웅의 군단'은 이후 카카오톡과 밴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하며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삼검호'와 '포켓 메이플스토리 for Kakao'가 이미 시장에 안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스타에서는 신작으로 '마비노기 듀얼', '광개토태왕', '영웅의 군단: 레이드', '듀랑고', '프레타', '도미네이션즈' 등 6종을 선보이기도 했다.</p> <p>
또한 e스포츠에도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넥슨은 서울시 서초동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 아레나'를 오픈했다. 이는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으로, 스포츠 게임부터 AOS까지 다양한 게임의 리그를 펼칠 수 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시즌에는 유저들과 밤새도록 축구를 보며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p> <p>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의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다. 월드컵 시즌에 단일 온라인 게임 최고 기록인 최고 동접 85만명을 경신한 '피파온라인3'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카트라이더', 무한 애정을 쏟고 있는 '도타2' 등이 있다. 이들의 상금만 더해도 연간 20억원에 육박한다.</p> <p>
물론, 유저들에게서 피해갈 수 없는 '돈슨'이라는 넥슨의 애칭(?)으로 볼 때 아직 보답해야하는 길은 멀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NDC에서 박지원 대표는 ''랜덤박스'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다보니 이런 이미지가 쌓였다. 이제는 넥슨의 DNA를 살려 창의적인 넥슨을 지향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p> <p>이렇게 된 이상 2014년까지 '돈슨'의 시대였다면, 2015년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제는 젊은 청년의 패기와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게임 DNA를 살려 유저들에게 보답하고, 당당히 '돈 쓴'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넥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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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윤태호 작가, '미생'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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