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중소식품업계] "뭉쳐야 산다"…'원료조달+가공+유통' 협업으로 시너지

입력 2014-12-28 21:52   수정 2014-12-29 04:19

농식품부·aT, 중소식품기업 협력지원사업

식품·외식 분야 협업사업 '중매'
신제품 개발·유통망 확보 등 올해 20개 사업에 450억 투입

2년간 매출 400억 창출…해외 수출 거점·판로도 확보



[ 고은이 기자 ]
#1. 한방식품 제조업체인 자연애. 뛰어난 제조기술에 부설연구소까지 갖췄지만 그동안 유통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롯데마트와 GS리테일 등 유통채널을 갖춘 유통업체 신성에프엔비를 만났다. 약재 전문업체인 강원약초농산도 합류했다. 강원약초농산이 약재를 확보하면 자연애가 이 약재로 신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신성에프엔비가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는 협업모델을 만들었다. 각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 협업을 통해 세 업체는 10억원에 이르는 추가 매출과 68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2. 멕시칸 외식업체 토마틸로코리아는 멕시코 음식의 핵심 재료인 토르티야를 수제로 만들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지적이 많았다. 기계장치업체인 디스메카와 협업을 결심했다. 두 업체가 힘을 합쳐 토르티야 생산기계 2종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 3건을 등록했다. 토마틸로코리아는 기계화로 생산성을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까지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협업으로 400억 부가가치 창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중소식품기업 협력지원사업’이 식품·외식 분야의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중소 식품·외식업체 2곳 이상이 힘을 합쳐 신제품과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고 공동판매장을 개설하거나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업체들이 공동 추진 과제를 제시하면 정부는 사업비의 절반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돕는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애와 강원약초농산, 신성에프엔비의 사례처럼 식품 가공·제조업체와 원료조달업체, 소매유통업체 간 협업이다. 김현정 자연애 대표는 “협력지원사업으로 원재료 조달과 판로 확보에 큰 도움을 받았다”며 “시장 인지도 상승과 함께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소식품기업 협력지원사업에 참여한 업체가 60여곳, 추진사업만 20개다. 회사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협업사업 모델을 제시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 중 50%를 지원(최대 3억원)하는 형태다. 올해 이 사업에 투입된 정부 지원액만 총 450억원. 자연애와 신성에프엔비처럼 제조가공업체와 유통업체가 협업한 경우는 물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에 가공업체와 유통업체가 가세해 판로를 뚫은 사례도 있다.

중소식품기업 협업사업을 통한 총매출 증가액은 올해 2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성과인 173억원과 합치면 400억원에 이르는 부가가치가 창출됐다. 올해 관련 사업에 따른 신규 고용인력만 총 377명으로 지난해 215명까지 더하면 600명 가까이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유통망 확대와 신제품 개발, 점포 확장 등 부수적인 성과도 거뒀다. 해외에 수출 거점을 확보한 업체가 생겼고, 총 85만달러 규모의 수출에도 성공했다. 자금, 인력 등의 제한으로 중소 식품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를 여러 업체가 공동 추진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영세식품업체 조직화, 규모화해

중소식품기업 협력지원사업은 국내 식품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aT가 시작했다. 국내 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152조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5만4000여개 식품 제조업체 중 10인 이하 업체 비중이 92%에 달하는 등 아직 영세한 상황이다.

배호열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협력지원사업은 영세 식품업체의 조직화, 규모화로 매출을 늘리고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라며 “영세식품업체도 협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원받은 기업들의 신규 브랜드와 상품 등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판매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K.M.C.I.는 햄, 소시지 등의 식육가공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대경햄과 한국육가공협회 등 4개 기업이 설립한 공동법인으로 독일식 식육가공품 판매점 ‘메츠거라이’ 형태의 프렌차이즈인 어반나이프를 창설했다. 점포 5곳을 새로 개설해 22명을 고용하고 매출 15억원을 올렸다.

초콜릿 가공제품 연구를 하는 서울대 내 창업법인 BOBSNU와 식품 가공기계 전문 생산업체인 태환자동화산업이 만나 설립한 초콜릿 제조업체 쇼코아틀리에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프리미엄 초콜릿 13종을 개발하고 서울대 생협 및 초콜릿 카페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류매일식품은 유통업체 지이스트와 함께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아줌마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미주 현지 박람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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