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으로 변한 한국을 떠나 도착한 로타(Rota). 부드러운 모래해변을 걷다 신발을 벗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익숙한 도시의 을씨년스러움 대신 청량함이 가득하다. 현지인들이 로타의 푸른 하늘색을 ‘로타블루’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원주민 차모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웃으며 인사한다. 미소로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의사소통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시간마저 느려진다
로타는 북마리아나제도 연방 중에서 사이판, 티니안과 더불어 3대 섬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이판에서 남서쪽으로 136㎞ 떨어진 섬으로, 경비행기를 이용하면 사이판에서 약 30분이면 닿는다. 로타는 한적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섬의 면적은 제주도의 약 7%, 인구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 지도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다닐 수 있을 만큼 도로가 단순하고 차도 많지 않다. 거리에는 신호등마저 없다. 한적한 섬이라서 10명 이상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지경.
작은 만큼 로타의 관광지는 오밀조밀하다. 호젓하게 섬을 렌터카로 돌아봤다. 원시림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가다보니 북부 해안의 스위밍홀(Swimming Hole)이 나타났다. 암초가 바닷물을 가로막아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천연 수영장이다.
바닥엔 모래가 깔려 있고 수심이 깊지 않아 주말이면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다. 암초 너머에는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지만 스위밍홀은 수심이 얕고 물이 잔잔해 수영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모래로 이뤄진 바닥에서 계속 물이 솟아 나와서 항상 깨끗하다. 단, 밀물이 되면 깊이가 최대 3~4m에 이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섬의 동쪽 끝으로 향하면 아스 맛모스 절벽(As Motmos Cliff)이 나온다. 로타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높이 30~40m의 수직으로 선 해안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태평양의 모습은 환상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라다. 절벽 위에서도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닷물이 특징. 티 없이 맑은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이곳까지 오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소소하지만 넘치는 행복이 그득
로타에서 가장 큰 마을은 송송 빌리지다. 마을 안의 송송 전망대(Song Song Lookout)에서 내려다보는 송송 빌리지는 이름처럼 귀엽고 오밀조밀한 마을의 전경을 보여준다. 왼쪽에는 태평양, 오른쪽에는 필리핀해가 펼쳐져 가슴 속까지 탁 트이는 기분까지 선사하는 것은 덤. 마을 아래쪽에 자리한 해발 143m의 타이핑코트 산은 결혼식 2단 케이크처럼 생겨서 ‘웨딩케이크 산’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로타는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 천국이기도 하다. 바다낚시 체험을 위해 송송 빌리지의 다이빙 숍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섰다. 미끼를 물속에 넣은 배가 웨딩케이크 산 주위 바다를 한 바퀴 돌았다. 배에 인조 미끼를 달고 물고기를 유인해 잡는 트롤링 낚시다. 잠시 후 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졌다.
뭔가 큰 놈이 걸린 듯 묵직한 느낌. 살펴보니 길이 1m 정도의 꼬치삼치가 걸려 있었다. 바다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 중 하나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담아 시내 일식집에 들고 가 횟감 요리로 주문했다. 로타가 주는 또 다른 행복이다.
송송 빌리지에서는 12월 첫째 주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연다. 한낮 온도가 30도 달하는 남국에서 산타 털모자를 쓰고 성탄절을 축하하는 색다른 경험이다. 행사 때면 섬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아이들의 노래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관광객에게도 도넛과 음료수를 나눠준다. 어느새 흥이 나서 함께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로타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
여행팁
한국에서 로타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서 먼저 사이판으로 가야 한다. 사이판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로타까지 하루 2회 프리덤에어가 운항 중이다. 로타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섬 내 관광을 하려면 투어 상품을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빌려야 한다. 공용어는 영어, 시차는 1시간(한국보다 빠르다). 북마리아나관광청(mymarianas.co.kr) 한국사무소 (02)777-3252
로타(북마리아나제도)= 글·사진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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