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손실 폭' 정해 놓고 투자를
투자자 심리따라 주가 요동
제일모직 고평가 논란 속 "주가 두배 더 뛸 수도"
순환고리 끊긴 한진그룹 "한진칼 가치 더 올라갈 것"
현대차그룹도 내년 윤곽… 글로비스에 관심 가질 만
[ 송형석 기자 ]
그룹 지배구조 개편주들이 지지부진한 주식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연말연초 증시의 핫이슈가 됐다.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주회사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곳이 부쩍 늘어난 데다 SK C&C, 제일모직처럼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한 사례도 많아서다.
◆변동성 큰 지배구조 개편주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마법의 지팡이’로 불린다. 매출 이익 등 실적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사례가 많다.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사업 자회사들의 경영효율 개선 △배당 등 주주환원 활성화와 같은 효과로 이어지며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통상 총수 일가 자녀들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일수록 주가 상승폭이 크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위해 그룹 차원의 주가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런 종목은 배당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삼성SDS, SK C&C, 현대글로비스 등 올해 성적이 좋았던 지배구조 관련주 대부분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자산이나 이익 전망처럼 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 보니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주가가 심하게 요동친다. 지난달 40만원을 넘나들었던 삼성SDS 주가가 최근 28만원 선으로 급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주들은 적정가라는 개념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익과 손실 상한 하한선을 미리 정해 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삼성家 사전작업 마무리
지배구조 개편주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삼성그룹주다. 특히 지난 18일 상장한 제일모직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편에선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의 두 배 수준까지도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대증권은 최근 이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30% 이상 높은 20만원으로 제시했다. 영업가치가 12만원,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프리미엄이 8만원으로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와 제일모직이 합병까지 진도가 나갈 경우 제일모직 주가는 28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그룹 전체의 잠재력을 기준으로 제일모직의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파트너인 이효근 대표도 “계열사의 지분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때마다 제일모직의 가치는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3세들의 지분이 많은 또 다른 종목인 삼성SDS에 대해서는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의 우선순위가 제일모직보다 처진다고 평가했다. 제일모직을 통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삼성SDS의 주가가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게 달갑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른 그룹의 주목할 종목
다른 그룹주들 중에서는 한진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한진그룹은 한진이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5.5%를 기관에 블록딜(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한진→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던 순환고리가 끊어졌다. 총수 일가가 한진칼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체제가 만들어진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이 정석기업과의 합병, 한진의 기업분할 후 한진칼과의 재합병 등의 수순을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경TV 와우넷 파트너인 장태웅 대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핵심 자회사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현대차그룹주들도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삼성 못지않게 지배구조가 복잡한 만큼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세제 혜택이 사라지는 2015년 12월 이전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드러난 블루칩은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성장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지배구조 역학구도상 주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 28만원 선인 주가가 38만원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너 지분이 많은 드러나지 않는 종목을 추천주로 고른 전문가도 많다. 한경TV 전문가 황윤석 대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씨 부부가 대주주인 인공관절 업체 코렌텍을 추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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