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기자] 결국, 반쪽으로 끝났다.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공개홀에서 열린 '2014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는 올 한 해 동안 MBC 예능, 교양, 라디오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우리 결혼했어요' '나 혼자 산다' '라디오 스타' '진짜 사나이' 등에 출연 중인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참석해 풍성한 잔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개그맨의 자리는 없었다.
현장에 참석한 박준형은 라디오 DJ의 자격으로, 맹승지는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의 멤버로 참석했다.
시상 분야도 2013년도 방송연예대상은 '쇼/버라이어티 부문'과 '코미디 부문', '라디오 부문'으로 나뉘었으나, 올해는 '쇼/버라이어티 부문'과 '뮤직토크쇼 부문', '라디오 부문'으로 바뀌었다. 결국, 코미디 분야를 제외한 인기 예능 출연자에 상 나눠주기다 돼버렸다.
이는 MBC 코미디의 몰락을 보여줬다.
MBC는 유일한 공개 코미디였던 '코미디에 빠지다'가 지난 4월 종영됐다. 일요일 밤 12시 5분이라는 취약한 방송시간에 편성됐음에도 MBC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가던 '코미디에 빠지다'는 '그동안 코미디에 빠지다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자막 한 줄로 씁쓸한 종영을 했다.
뒤를 이어 방송한 '코미디의 길' 또한 심야시간대 방송에도 고정 시청자층의 사랑을 받았으나, 2~3%의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방에 결방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폐지를 맞았다.
결국, MBC 개그맨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결과적으로 풍성해야 할 연말 시상식에도 그들은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이날 대상을 차지한 유재석 또한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사실 좀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었다. 시청률이 안 나오고 시청자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이지만, 우리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데 아쉽게도 오늘 후배들, 동료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질 못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한때 가장 잘 나갔던 MBC의 코미디는 이제 TV 속에서 찾을 수 없게 됐다. SBS의 '웃찾사'가 힘겨운 날들을 견뎌내고 다시 자리를 잡은 만큼 MBC도 개그맨들도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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