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强달러 행진에 1100원대로 상승
美금리인상 후 불확실성 사라지면 하락할 듯"
[ 김유미/마지혜 기자 ]
엔저(低)·강(强)달러 행진이 2014년 막판까지 외환시장을 긴박하게 움직였다. 30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원에 바짝 다가서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예상 외의 달러 강세 끝에 전년 말 대비 상승세로 마무리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달러와 엔화 대비 원화가치 흐름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원·엔 올 들어 9% 급락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5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099원30전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원·달러 환율은 2013년 말 1055원40전보다 43원90전(3.9%) 오른 채 마감했다. 2012년 7.6%, 2013년 1.4% 내렸던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상승세로 마친 것이다. 하지만 아래위로 진폭이 컸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기 직전인 지난 7월3일엔 1008원50전으로 2008년 7월 이후 최저가를 찍기도 했다.
엔화 대비 흐름은 더 극적이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오전 한때 100엔당 910원1전까지 내려 2008년 2월29일(895원57전) 이후 최저가 기록을 썼다. 전년 말(100엔당 1002원9전)과 비교하면 92원8전(9.2%) 급락한 것이다.
◆미 금리 인상이 분수령
올해 외환시장 수급 구도만 보면 원화가치는 오를 재료가 많았다. 경상수지 흑자 기록이 이어지면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급 변수도 ‘강달러’라는 세계적 대세를 거스르진 못했다. 미국이 내년 중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상승세를 탔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유가까지 급락하자 달러 강세는 예상보다 더 가팔라졌다.
이에 따라 내년 환율을 평균 1050~1070원대로 발표했던 연구소들은 최근 내부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을 1050원대에서 1100원 선으로 높여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 금리 인상 전까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자금 유입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만 미 금리 인상이 일단 시작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환율이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연구소가 내년 상반기 상승, 하반기 하락의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전망하는 근거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2분기 1070원까지 올랐다가 대규모 경상흑자 때문에 4분기 1050원대로 내릴 것으로 봤다.
◆원·엔 동조화의 마법 풀릴까
엔화 약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돈 풀기를 통한 엔화 약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못 올리면 부채가 늘고 신용등급이 흔들리게 된다. 이때도 엔화가치는 내릴 가능성이 높다.
외환당국이 주시하는 것은 ‘원·엔 동조화’가 언제까지 가느냐다. 지난달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원·엔 동조화를 시사한 뒤 엔화 약세만큼 원화도 약세를 탔고 이는 엔저 효과를 완화했다. 하지만 최근 엔저 속도를 원화가 못 따라가면서 원·엔 환율은 한 달 새 950원대에서 910원대로 내렸다.
다만 원화도 미 금리 인상 영향으로 약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엔 환율이 급박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김가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내년 원·엔 환율은 하반기 910~920원대에 안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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