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패러다임 전환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입력 2015-01-01 20:40   수정 2015-01-02 05:42

"美 금리인상·초엔저의 위기상황
원유전쟁 겹쳐 글로벌 격랑 커져
투자환경 개선·성장동력 확충 시급"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韓經硏 초빙연구위원 joh@keri.org >



을미년 새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격랑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원유전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배럴당 110달러 선을 웃돌았던 원유가격이 6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해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들이 부도 직전까지 간 데 이어 올해엔 50달러 선까지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외환보유액은 3700억달러 정도인데 단기외채와 자본유출 규모가 33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러시아가 자본통제와 지급유예 선언까지 갈 수도 있다. 그 여파는 산유국은 물론 자원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국의 자금이탈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원자재시장에서 달러시장으로의 급격한 자본이동은 원유가격 하락과 달러화 강세를 한층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또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 유럽의 양적 완화 가속화,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라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슈퍼달러·초엔저로 대변되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재신임에 힘입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재정지출을 3조5000억엔 확대하고 일본은행은 올해 중 80조엔을 더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 결과 달러당 엔화 환율이 130엔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년 동안의 엔저로 인해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추락으로 기진맥진해진 한국 등 동아시아 신흥시장국에 쓰나미급 타격을 가할 것이다. 외국자본은 탈출하고 성장률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똑같이 미국 금리 인상, 엔저가 있었던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동아시아 전역을 몰아칠 수도 있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다소 약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지속, 엔·유로 캐리 트레이드 등으로 엔화 약세를 따라가지 못해 올해 중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하는 것은 불문가지이고 때에 따라서는 8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리란 점이다. 현재 0%대인 미국 금리가 경제충격을 고려해 올해 연 1%대, 내년에 2%대 등으로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일본도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하는 경우 현재 일본의 물가동향을 고려해 볼 때 2~3년 더 양적 완화가 지속될 수도 있다. 이는 슈퍼달러·초엔저가 2~3년 더 갈 수도 있고 그 경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997~1998년처럼 130엔대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으로서는 보다 근본적인 장기대책이 필요하다.

원유전쟁과 통화전쟁, 이 두 전쟁이 가져올 세계경제의 대격랑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 것인가가 을미년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다. 1997년, 2008년의 위기를 반복할 수는 없다. 외화유동성을 점검하고 환율제도, 자본이동관리제도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 보완하는 등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도 저투자·저소비·저성장·저물가가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장기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획기적인 투자환경 개선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장기 정체기에 대응한 패러다임 전환적인 통화·재정정책으로 투자·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위기에 대응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으로 국민적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명량대첩의 충무공 같은 경제적 리더십이 필요한 해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韓經硏 초빙연구위원 joh@keri.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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