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마니아' 양승태 대법원장 대관령서 해맞이…"기업인 역차별 안돼"…정치로 풀 사안 시사

입력 2015-01-01 21:13   수정 2015-01-02 05:12

"새해 첫 소원, 상고법원 설치"
대법원장 된 뒤 산 50여곳 찾아



[ 김병일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의 새해 첫 해돋이 소원도 ‘상고법원 설치’였다.

양 대법원장은 1일 오전 7시35분께 민일영 대법관 등 법원산악회 회원 70여명과 함께 강원 대관령 능경봉(1123m)에 올라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오후 오대산 기슭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뒤 이날 오전 4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그는 등산 중 동행한 기자들에게 “취임후 네 번째 신년 산행인데 이번처럼 훌륭한 일출은 처음”이라며 “일출처럼 상고제도 개선도 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에 달하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은 올 상반기 국회 논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양 대법원장은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줄 수도 없고, 역차별을 할 수도 없다. 법 앞에 평등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정치적인 상황”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될 사안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대법관이 특정 학교 출신 법관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 “앞으로 시정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꼭 법관만 고집하는 욕심 때문은 아니고 복합적인 사정이 겹쳐서 그렇게 됐다”며 “대법관 구성 다양화는 항상 추구해왔다”고 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설치하면서 상소 남용을 막기 위해 하급심 강화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하급심 강화는 인적 보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부담이 너무 많은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경륜이 많은 법관을 많이 배치하는 방식으로 법관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산악회 회장을 지내며 백두대간을 종주한 양 대법원장은 매년 초 해돋이를 보러 산에 오른다. 대법원장 내정 소식도 미국 로키산맥 트레킹을 하던 중 전해 들었다.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어도 주말이면 가능한 한 산을 찾는 그는 등산을 법관, 법원 직원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9월 대법원장 취임 이후 그가 찾은 산만 해도 검단산 용마산 등 50곳이 넘는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야영을 위해 능숙한 솜씨로 텐트를 직접 쳤으며, 이날도 선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는 “거의 매주 등산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쯤은 야영을 한다”며 “힘든 산행이 끝나고 나면 스스로 대견하다. 인생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처럼 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산 사나이다운 패기를 과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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