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추가 대북제재 왜?

입력 2015-01-03 06:56   수정 2016-10-28 00:1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2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과 관련해 고강도 대북 제재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새해 벽두부터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예고한 셈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업무에 복귀하기 전 하와이 겨울 휴가지에서 행정명령에 서둘러 서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북제재 조치 이상의 정치·외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과 광업개발공사, 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19일 '보복 공격'을 천명한 지 14일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소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발표를 토대로 "북한의 이번 해킹 공격은 미국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면서 "비례적으로(proportionally)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대북 초강수를 둔 것은 북한의 이번 소니 해킹을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간주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 국무부는 소니 해킹 사건 직후 "우리는 미국 시민과 기업에 대한 어떤 위협도 심각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 외교 소식통 역시 "소니 해킹 사건이 미 정부의 심기를 상당히 자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특별히 타이밍을 잡은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해 첫 업무 개시일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도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 총괄기구인 정찰총국과 노동당 간부들을 제재대상으로 삼은 것은 북한에 보내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북제재 조치는 핵과 미사일 위협, 사이버 공격 등 어떤 형태의 도발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 정권에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새해 업무 첫날 이 같은 경고를 보낸 데는 북한의 '상황 오판'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

북한은 최근 소니 해킹을 부인하면서 자국 내의 잇따른 인터넷망 불통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는 등 강력히 반발해왔으며,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보수 세력들이 성탄절에 영화 상영을 강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열대수림 속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더욱이 미국과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전날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는 등 대외적으로 대화 및 유화 제스처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1단계 조치를 계기로 앞으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된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미 정부 대응의 첫 단계 조치"라고 밝혀 후속 제재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후속 제재조치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강경 조치는 소니 해킹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 최근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데 이어 이란과도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적성국인 북한을 확실하게 길들일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인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은 소니 해킹 배후를 둘러싼 논란도 일정부분 잠재우는 효과도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아니라 소니 내부의 불만 세력이 소니를 해킹한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소니 해킹 배후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되는 상황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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