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자소서 수백건 읽느라 날밤 새워…합격발표 날엔 험한 말 듣기 일쑤"

입력 2015-01-05 22:55  

대기업 주니어 인담 5인에게 듣는 '채용 뒷얘기'


[ 공태윤 기자 ]
대기업 채용담당자들은 어떻게 인사팀 채용을 맡게 됐을까. 최석 SK하이닉스 HR실 선임은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부대 인사행정 일을 하면서 ‘인사의 맛’을 알게 됐다”며 “야근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고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경영지원, 인사, 영업, 재무 등 직무별로 채용하고 있다.

심재훈 CJ푸드빌 대리는 화공학도였지만 외식회사에서 신입, 인턴, 경력사원 채용업무를 맡고 있다. “졸업 후 화학회사에서 연구개발(R&D)을 했습니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실험만 1년간 했더니 회의가 들더군요. ‘과연 이 일을 10년간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이 됐죠.” 인사팀에 지원한 심 대리는 입문교육 후 인사부에 배치됐다. CJ푸드빌도 공고 때부터 인사직무를 별도 채용한다.

효성에서 6년째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한건혜 과장은 입사 후 ‘지속적인 인사업무에 대한 관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연구소 관리팀으로 입사했지만 채용·발령·평가업무를 맡아 잘 모르는 건 본부 인사팀에 질문하면서 관련 지식을 쌓았습니다. 나중에 채용업무에 집중하고 싶어 본부 인사팀으로 전보를 요청했는데 본부에서 인정해준 거죠.”

금빛나 롯데백화점 대리는 채용설명회장에서 본 인사담당자가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입사 후 후배들을 위해 채용설명회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롯데백화점 입사비결을 소개하는 꿈을 꿨는데 현실이 됐습니다. 저랑 잘 맞는 직무인 것 같아요.” 롯데백화점은 매장영업 관리자를 1~2년 경험한 뒤 희망과 역량을 고려해 각 부서로 배치한다.

채명지 LG유플러스 대리는 학교 동아리에서 회원 선발 역할을 맡으면서 인사업무에 매력을 느꼈고, 마침내 인사팀에 합류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서류 접수 때부터 지원 직무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인문계 출신들의 선호 직무 ‘베스트3’인 ‘전략기획, 마케팅, 인사’. 인사직무를 원하는 취준생을 위해 주요 기업의 주니어 인사담당자를 만났다. 서울 한강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담 5인의 ‘2015 취업토크’를 정리한다.


▷어떤 사람이 인사담당자에 적합한가.

▷한건혜 과장=인사업무도 결국 열정이다. 어떤 업무 환경에서도 해내고자 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인사에도 채용, 임금, 평가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이런 모든 것을 알아야 인사가 완성된다. 인사팀에서도 순환보직을 한다. 결국 스킬보다는 태도와 열정이 중요하다.

▷채명지 대리=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신경 쓸 일도 많고 문의와 잡일도 많다. 입사지원자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기에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특히 신입채용은 일종의 ‘마케팅’이다. 20대 트렌드에 맞게 홍보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다.

▷최석 선임=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채용은 인사업무 중에서도 ‘3D’다. 합격자 발표 날엔 전화에 불이 난다. 험한 말도 많이 들었다.

▷금빛나 대리=채용담당자는 회사의 첫 얼굴이다. 내 행동과 모습이 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로열티가 높고 업무에선 트렌드에 민감하고 합격자 이탈 방지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으면 유리하다.

▷심재훈 대리=인사팀에 있으면 중요한 서류를 많이 본다. 함부로 내부 문건을 발설하지 않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회사를 대표하기에 신뢰감도 중요한 요소다. 문서작성 업무도 많아 엑셀과 파워포인트(PPT) 작성 능력도 중요하다. 선진 HR 사례와 업종 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인맥을 넓혀 놓으면 좋다.

▷최근 채용시장의 특징이 있다면.

▷심=스펙보다 실제 경험이나 전문성을 보고 채용하는 분위기다.

▷채=LG유플러스는 일정한 규모로 꾸준히 신입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보다 이공계 출신이 다양한 직무로 확산됐다.

▷최=이공계생의 활용도가 늘어났다. 마케팅, 영업 등 스탭 부서에도 이공계생 진출이 늘고 있다.

▷한=기업 간 거래(B2B) 제조업 분야도 업종 특성상 이공계생들의 경영지원 비율이 높다.

▷금=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 합격자의 90%가 인문계였고, 여성비율도 60%에 육박했다. 유통업의 특징이다.

▷2015년 채용시장을 전망한다면.

▷심=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할 거다. 다만 채용 루트가 다양화될 전망이다. CJ는 ‘일학습병행제’와 ‘인턴십’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SK하이닉스는 지난해 800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박사급 R&D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금=롯데의 신입 공채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다만 인턴 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채=LG유플러스는 매년 200~300명의 신입을 뽑는다.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한=효성에는 지난해 250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석·박사급의 연구 인력은 더 확충할 계획이다.

▷삼성이 직무적합성과 창의성 면접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심=지난해부터 CJ푸드빌은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에세이를 받는다. 일부 직무는 현장 직원을 인터뷰하는 것이 사전 과제다. 이를 바탕으로 면접 때 이야기한다.

▷채=LG유플러스는 인성면접 때 인생그래프로 자기소개를 대체한다. 직무면접은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 인터뷰로 진행하고 있다. 스펙보다는 지원 직무에 대한 소신과 준비도를 평가한다. 삼성의 면접 모듈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각 기업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채용시스템이다.

▷금=롯데는 면접관 두 명이 지원자를 상대로 50분간 역량면접을 본다. 토론면접을 통해 회사의 이슈와 전략에 대한 도출 과정을 살핀다. 여기서 창의성이 드러난다.

▷한=효성도 핵심가치 역량면접과 직무PT를 통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개념을 체크한다. 찬반토론으로 창의성을 보고 있다.

▷최=2013년부터 PT면접을 학사 채용까지 확대했다. 과제 제시를 통해 문제해결력, 창의력, 발표력을 본다.

▷합격자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심=외식 프랜차이즈 업무라서 직무 경험이 필요하다. 미리 외식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과 안 한 사람은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스펙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의 차이다.

▷금=맞다. 역시 사전 준비를 한 사람이 합격한다. 네 번 만에 합격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불합격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업그레이드했다. 여러 곳에 지원하기보다 한 곳에 집중한 것도 특징이다.

▷채=잡페어에서 직무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준다. 통신업과 지원 직무에 대한 관심, 직무 전문성을 중요하게 본다. 그런 면은 면접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자기소개서를 다 읽느냐는 질문이 많다.

▷최=1차는 인사팀에서 보고, 2차는 현업 팀장이 본다. 인담 1명당 수십 건 정도인데 다 읽어본다. 시각적으로 와닿는 키워드가 있으면 눈길이 간다.

▷심=서류는 우선 인사팀에서 학력, 어학 등 최소기준을 필터링한다. 이후 자소서는 인사와 현업 부서에서 같이 평가한다.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를 하게 된다.

▷금=서류는 그룹과 인사팀에서 진행한다. 현업 팀장은 면접 때 평가한다. 완전 블라인드로 오직 역량만 본다. 지원 회사를 정확히 쓰는 것은 회사에 대한 예의다. 자소서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담는 게 좋다. 어느 대학 채용설명회에 가서 어떤 인담을 만나 무엇을 물어봤는지 등을 쓴 자소서가 기억에 남는다.

▷한=서류전형을 위한 기준이 있다. 다만 이공계 석사는 연구소에서 세부 전공을 검증한다. ‘자소서 다 보나요’라고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질문이다. 회사는 한 사람을 뽑으면 연봉 4000만원을 준다. 그만큼 채용과정을 소중히 한다. 자소서를 보면 ‘효성’을 위해 쓴 자소서가 보인다. 사실이다.

▷채=영업(B2C) 직무를 지원하면서 고객을 설득해 휴대폰을 잘 팔 수 있다고 쓰는 친구가 있다. 회사에 대한 연구를 안한 대표적 사례다. LG유플러스 B2C 직무는 고객을 대면하는 영업이 아니라 상권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취준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채=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타사 중복 합격자가 많다. 5~6곳에 동시 합격해놓고 고르는 지원자가 많다는 얘기다. 그중에는 인문계생도 상당수다. 무차별적인 스펙이 아니라 자기만의 셀링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금=구직난이라고 하지만 채용담당자 입장에선 구인난이다. 채용담당자의 심정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지원 회사를 한번 컨설팅해주겠다는 심정으로 지원하라.

▷한=취업시즌이 시작되면 지원자는 기가 죽어 시작한다. 그러면 될 것도 안 된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자신있게 도전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준비도 많이 필요하다. 회사는 지원자의 관심과 직무에 대한 준비성을 보고 채용한다.

▷최=대학 1~2학년 때는 취업보다 여행, 취미, 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면 좋다. 3~4학년 때는 최근의 직무중심 채용에 맞춰 현업에 있는 사람을 만나보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설정하면 좋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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