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 앞세운 주류시장
하이트·롯데, 17도 소주 '부드러운 맛' 경쟁
위스키, 40도 벽 깨고 36.5도·35도 제품 내놔
오비·하이트, 품질·마케팅 강화 '1위 싸움'
롯데, 클라우드 라인 증설로 본격 영토확장
[ 강진규 기자 ]
올해 주류시장에선 저도주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순한 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주류업체들이 일제히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는 1,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주력 제품의 알코올 도수를 나란히 17도대로 낮추며 저도주 경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18.5도에서 17.8도로 낮췄다. 11일 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8도에서 17.5도로 낮췄다. 두 회사는 지난 2월에 이어 올 들어 두 차례나 알코올 도수를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알코올 도수를 내린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도수를 내리면서 제품의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천연 대나무 활성 숯 정제공법을 개선해 목 넘김을 더 깔끔하게 만들고 향은 부담이 없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여동생 이미지의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순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주류는 허브에서 추출한 고급 감미료인 리바우디오사이드를 넣어 알코올 특유의 쓴맛을 줄이고 목 넘김을 더 부드럽게 했다고 맞섰다.
지방소주 회사들은 이미 16도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경남과 부산, 울산 일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무학은 16.9도인 ‘좋은데이’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경쟁사인 부산 대선주조의 ‘예’는 16.7도다.
위스키시장에서도 저도주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한 골든블루가 36.5도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골든블루는 ‘위스키는 40도를 넘어야 한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협회의 기준에서 탈피해 알코올 도수 36.5도짜리 제품을 내놔 위스키 시장에서도 저도주 바람을 일으켰다. 2012년 5만9111상자(1상자=500mL×18병)였던 출고량은 2014년 19만2550상자로 늘었다. 증가율은 326%에 이른다. 위스키 시장 규모가 매년 축소되는 것과 달리 저도주를 내세운 골든블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나온 17년산급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롯데주류의 ‘스카치블루17’을 누르고 빅3 대열에 진입했다.
골든블루에 위협을 느낀 롯데주류는 35도짜리 ‘주피터’를 내놓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맛을 평가하는 5단계 관능 테스트와 소비자 조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가장 부드럽다고 느끼는 위스키 도수는 35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피터를 통해 순한 위스키를 좋아하는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는 저도주 경쟁 대신 품질과 마케팅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신선함을 강조하는 TV광고를 시작했다. “인간에겐 꼭 필요하지만 맥주에는 필요없는 공기”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여름철 유통과정에서 산화되며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논란을 겪었던 경쟁사 오비맥주를 겨냥한 광고문구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주춤한 틈을 타서 맥주시장에서 다시 1위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신제품 ‘더프리미어OB’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 숙성해 깊은 맛을 낸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내세웠다. 클라우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롯데주류는 올해 공장 라인을 증설해 판매량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생산하지 않고 있는 페트병 맥주도 1월 중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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