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폐단을 막고 정부가 국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것이 페이고법이다.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법안을 마련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페이고법은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인데 지난해 4월 운영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됐을 뿐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심의에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나무라려면 페이고법부터 통과시켜 줘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까지 했을 정도로 도입이 시급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비용추계서 제출은 페이고법에 비하면 ‘낮은’ 수준인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이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해도 되도록 한 국회규칙을 악용한 점이다.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생각지도 않고 꼼수를 부려가며 자신이 원하는 법안을 쏟아내는 이런 관행이 결국 재정악화를 부르는 폭탄이 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2010년부터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소위 ‘3무 세트’가 대표적이다. 재원이 부족해지자 중앙부처 지자체 교육청 등이 갈등을 빚었고 지난해 일부 지자체는 지급불능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3무 예산을 포함해 복지·고용예산이 올해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다. 이런 예산이 들어갈 줄 몰랐다고 발을 뺄 수 없게 하는 것이 페이고법의 원칙이다. 비용추계서가 첨부되지 않은 법안은 자격 미달이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