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유증 '폭탄'…대한항공·NHN엔터 기습 유증 왜?

입력 2015-01-08 10:05  

[ 노정동 기자 ] 대항항공과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연초부터 대규모 기습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NHN엔터는 신규사업 진출을 각각 증자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기업들이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이유로 "지난해 세운 올해 사업계획 전개 일환"이라며 "증자로 인한 유불리는 목적과 방법 등 개별 기업 이슈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NHN엔터, 사업다각화 위해 3500억 유상증자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N엔터테인먼트는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NHN엔터는 이번 증자로 마련된 자금을 신규사업과 마케팅, 일본사업 강화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NHN엔터는 그동안 규제의 위험성이 높은 게임사업 이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 지급결제(PG) 업체인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엔터는 지난해 한국사이버결제와 파이오링크 등 온라인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를 모색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온라인 상거래·결제 분야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이미 NHN엔터가 충분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증자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연결 현금과 등가물 3530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17% 정도"라며 "지난해 11월 인수한 한국사이버결제 현금 유출 64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약 3000억원이 존재하는 데 이번에 추가로 3500억원이 더해진 상황"이라고설명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보유현금과 유사한 수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일면 과하다는 느낌"이라며 "한국사이버결제 인수대금 642억원과 파이오링크 인수대금 206억원 등을 지불해도 본사기준으로 573억원 가량의 현금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증자방식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인 데다 최대주주인 이준호와 특수관계인(지분 22%)이 참여하는 점은 투자심리 악화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란 평가도 나온다.

◆ 대한항공, 부채감축 위해 5000억 조달…할인율 20%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신주 1416만여주를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주주와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증자가 진행된다.

주당 발행가는 3만5300원으로 기준 주가에 대한 할인율은 20%다. 대한항공 측은 기존 주주배정 유상증자 할인율(10%)보다 높다는 점에서 최근 '땅콩 회항' 사건 등 투자심리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증자의 목적으로 차입금 상환 등 부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09% 정도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총 차입금 규모는 14조5000억원 수준.

대한항공 측은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은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약 200%포인트 낮아지고 연간 200억원의 이자비용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항항공의 이번 증자는 이미 2013년 부채감축을 위한 자금마련 계획안에 예정돼 있던 사항이지만 이번 증자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이번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기존보다 200%포인트 낮출 것으로 밝혔지만 실제는 최대 122%포인트 줄이는 데에 그칠 것"이라며 "이번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한진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란 평가다.

◆ "단기 투자심리 악화 불가피…종목별 대응해야"

증권가에선 NHN엔터에 대해 "주주가치 희석으로 단기적인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6.35% 급락 중이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엔터는 이미 2500억 규모 투자를 집행한 상황에서 추가로 3500억 규모 유상증자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신규사업 성과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인데 구체적이고 확실한 명분으로 증자 배경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증자 신주발행가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점 등이 주가 하락의 제한 요소로 꼽힌다. 이날 주가도 전날 급락에 이어 소폭 반등 중이다.

지난해 연말 24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현대상선도 증자 소식 이후 최근까지(7일 종가기준) 주가가 7.11% 상승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자의 긍정과 부정적 효과는 업황과 개별 종목 이슈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대한항공은 유가하락의 수혜가 있는 반면 NHN엔터는 긍정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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