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절도…외국인 늘며 '홍역' 앓는 홍대 거리

입력 2015-01-09 21:43   수정 2015-01-15 16:32

주점서 한국인과 잇단 다툼
게스트하우스선 도난사건도



[ 김태호 기자 ] 홍대 상권이 외국인 관련 범죄와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한국인과 외국인 간 다툼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외국인 절도로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로 중국인 남성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길을 가고 있는데 20대 한국인 남성이 갑자기 대걸레 자루를 부러뜨려 내 얼굴을 수차례 폭행했다”고 신고했다. 평소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시비가 붙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했다. 홍익지구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인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술에 취해 사소한 이유로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홍대 한 유흥주점에서 한국인 4명과 중국인 관광객 4명이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술을 먹고 있던 중국인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었고,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한 명이 한국인 남성이 휘두른 깨진 병조각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홍대 상권 안팎의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들의 크고 작은 절도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연남동 주변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외국인들이 객실 내 바구니나 컵 등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액이 경미한 편이라 일일이 신고하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홍대 상권의 외국인 방문 급증과 이에 따른 관련 범죄 및 민원 증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마포구에 따르면 2013년 마포구를 방문한 외국인 579만명 중 74.1%인 428만명이 홍대를 찾았다. 서대문경찰서는 홍대지역을 중심으로 하루평균 2000여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1만3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등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올 들어 서대문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형사범 발생 및 검거 건수는 2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외국인 분실물 처리신고 건수 역시 연간 3500건을 넘어섰다.

경찰은 이에 홍대 및 신촌 상권의 외국인을 집중 관리하는 대책을 내놨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달 홍대입구에 개방형 안내센터인 ‘관광경찰대 홍대센터’를 설치했다. 서대문경찰서도 이달 2일 외국인 안전센터를 설치해 영어나 중국어가 능통한 경찰관 2명씩 혼성 2개팀을 편성했다.

이석호 한국방통대 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경찰력 투입도 늘고 있지만 범죄 사후조치보다는 다문화 이해 캠페인 등 사전적 계도활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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