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늦었지만 '바른 길' 찾은 금융당국

입력 2015-01-11 20:35   수정 2015-01-12 05:45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 박한신 기자 ]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엊그제 한 말이다. 3년 전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하나은행과의 통합이 노조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내놓은 발언이다. 통합에 무작정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을 압박한 모양새다.

신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합병 건을 다루지 못했음을 자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두 은행의 통합 추진에 대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다. 언제든지 합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노조 동의서’가 있어야 합병 승인을 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당국의 요구도 일리는 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합병문제는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노조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노사합의를 통한 원만한 통합을 유도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월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합병 심사 시에 노사합의를 요구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메시지는 통합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노조가 합병과 무관한 무기계약직의 5급(대졸 정규직) 자동승진, 전산 등 통합작업 전면중단 등의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있어서다.

신 위원장은 늦었지만 제 길을 찾았다. 통합은 금융시장 전체로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합병으로 거래 기반이 확대되고 비용을 절감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노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합병으로 직원들의 신분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큰 상황이다. 그래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기보다 좀 더 대국적인 자세가 바람직하다. 통합 후에도 같이 가야 할 ‘식구’인 만큼 더 늦지 않게 윈윈의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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