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中 자본이 한국 땅 점령한다고?

입력 2015-01-11 20:39   수정 2015-01-12 16:17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 박영신 기자 ] 밀려드는 중국 자본, 점령되는 한국 땅. 부동산 투자이민제 1조원 시대, 중국발 ‘먹튀 자본’ 우려…. 중국 자본의 한국 내 부동산 개발투자 급증에 대해 인터넷과 일부 언론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다. 언뜻 보면 구한말 일본의 영토 침탈이 연상된다. 타당한 지적일까.

과장·왜곡 여론 확산 위험

결론부터 말하면 ‘영토 걱정’ 안해도 된다. 지구촌에서 해외개발 자본에 먹힌 나라는 없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넘쳐나는 무역수지 흑자와 엔화가치 급등 해소를 위해 지구촌 부동산을 거침없이 사들였다. 당시 미국에서도 영토 공격 등 민족주의와 일본 공포증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 자본이 실패했다.

해외 투자·개발자금은 국적을 불문하고 ‘영토 사냥’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예측 불허의 리스크를 더 염려한다.

장기불황 상태를 보이고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중국 자본은 시장 회복의 촉매제로 평가된다. 제주에는 2010년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 덕분에 중국 투자가 급증했다. 특정 개발지구에서 콘도·호텔 등 휴양시설을 50만달러(혹은 5억원 이상)에 사면 국내 거주자격과 영주권(매입 5년 이후)을 제공한다. 부산·인천·여수·평창 등 4개 지역도 도입했지만 아직은 썰렁하다.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 땅은 799만9000㎡(작년 3분기 현재) 규모다. 부동산투자이민제 실시 이후 5년 만에 400배 늘었다. 땅값도 300% 급등했다. 침체됐던 시장에 개발효과가 나타나자 일부 주민들과 언론들은 환경훼손 투기조장 난개발 등을 지적하며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맞춰 제주도 역시 외국인 투자규제 방안을 준비 중이다.

외국 자본과의 공생문화 시급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제기한다. 제주의 경우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종료되는 2018년까지 외국 자본이 약속한 투자 예정액(18개 사업지)이 8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작년까지 들어온 돈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이제 사업착수 단계인데 규제카드를 내놓는 것은 정책 신뢰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부동산업계는 우려한다.

중국 자본은 한국 부동산시장만 투자하는 게 아니다. 선진국 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미국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GM 타워, 영국 런던의 로이드 빌딩 등 랜드마크 건물들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여기서는 영토 점령 등의 정서적 비판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은 행정서비스를 해주고 ‘투자 다각화’를 유도한다.

‘중국 자본의 해외여행’도 계속되지는 않는다.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는 자국의 과도한 외환보유액(작년 말 4조달러) 조정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달러보유가 적정 국면에 돌입하면 해외 투자는 급감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중국 자본에 극진하다. 유치전략도 유연하다. 처음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부동산 개발로 유도하고, 이후에는 사회간접자본(SOC)건설 등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영국은 작년 10월 중국 자본 1050억파운드(약 177조9361억원·2025년 완료)를 인프라스트럭처에 유치했다.

한국은 정반대다. 개발을 허용해 놓고 ‘뒷담화’하고, 행정서비스보다 규제카드를 먼저 보인다. 사업허가는 신중하되 한 번 결정되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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