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꽃분이네' 부산 국제시장으로 놀러 오이소~
영화에 등장한 해외 여행지
영화 주인공처럼…미지의 세계로 탐험
'인터스텔라' 아이슬란드 스비나펠스요쿨, '호빗' 뉴질랜드 호비튼
[ 최병일/김명상 기자 ] 영화 촬영지는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장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눈앞에서 혼을 담은 연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영화가 흥행했을 경우 순식간에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이다. 2013년 뉴질랜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8%가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를 보러 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3 월 서울에서 영화 ‘어벤져스2’를 촬영한 것도 스크린 투어리즘을 겨냥한 것이다. 국내외 영화 촬영 명소로 떠나보자.
① 민족의 애환과 함께한 곳…부산 국제시장
“내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부산 국제시장은 요즘 활기에 넘친다. 영화 ‘국제시장’의 가파른 상승세 덕분이다. 산업화 세대의 절절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올해 처음으로 관람객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흥행 덕분에 부산 국제시장 방문객은 평일에는 평소의 두 배 이상, 주말에는 3~4배 이상 늘었다. 영화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운영하는 가게 ‘꽃분이네’는 필수 방문지가 됐다.
국제시장은 1500여개의 포목점, 양품점, 기계·공구 상가 등이 몰려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전시통제 물자가 쏟아져 나왔고, 일본인들로부터 압수한 짐 보따리가 경매를 통해 무더기로 거래돼 ‘도떼기시장’이라고 불렸다. 6·25전쟁 때는 중고품이나 고물들을 거래하다 정상적인 시장의 틀을 갖추게 됐다. 현대사와 질곡을 같이한 국제시장은 이제 비빔당면과 단팥죽,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나는 주전부리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덕수와 영자(김윤진 분)가 부부싸움 중 애국가가 나오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장면은 용두산공원에서 찍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신사가 있었지만 해방 후 신사가 헐리고 용두산은 피란민들의 판자촌으로 변했다. 1954년 용두산 대화재로 민둥산이 됐지만 지금은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부산관광공사는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 장소를 무료로 안내하고 있다. 코스는 남포동 부산종합관광안내소~남포사거리~피프(PIFF)광장~먹자골목~꽃분이네 가게~부평깡통시장~용두산공원 등으로, 걸어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안내를 시작한다. 신청자가 10명 이상 단체인 경우 평일 언제든 안내받을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bto.or.kr)에 신청하면 된다.
② 영화 ‘상의원’ 촬영한 남원 광한루
“옷에는 예의와 법도, 그리고 계급이 있어야 하는 것일세.”
영화 ‘상의원’에 나오는 대사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용도에 머물지 않는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아름다움을 더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지위나 개성까지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영화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과 재물을 제작, 공급, 관리하던 관청의 이야기를 담았다. 상의원의 많은 장인은 지금의 명품 브랜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노력을 들여 조선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영화에 등장하는 1000여벌의 옷은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탄생한 것으로, 영화 감상의 또 다른 포인트다.
영화가 촬영된 곳 중 하나가 전북 남원 광한루원(gwanghallu.or.kr)이다. 춘향과 이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깃든 ‘광한루’가 이곳에 있다. 특히 광한루원은 부부나 연인들에게 인기폭발이다. 춘향의 영정이 봉안된 ‘춘향사당’의 대문을 단심문이라고 하는데 ‘님을 향한 일편단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당에서 축원을 하면 백년가약이 이뤄진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또한 ‘오작교’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건너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오늘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광한루원 한쪽에는 춘향이가 탔을 듯한 큰 그네가 재현돼 있다. 단오날 몽룡이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에 반했다는 이야기 그대로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063)625-4861
③ ‘명량’ 등 명작 탄생한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수 1700만명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명량’. 그 흥행만큼이나 촬영지에 대한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 영화 속 여러 장면 중 왜군부대 출정식, 군함이 정박한 선착장 전투, 전쟁으로 폐허가 된 저잣거리 등은 전남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wandoro.co.kr)에서 찍은 것이다.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해신’을 위해 건립된 청해포구 촬영장은 2004년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 영화, 광고 촬영지로 쓰였다. 영화 ‘명량’ ‘해적’을 비롯해 드라마 ‘주몽’ ‘추노’ ‘정도전’ 등이 이곳에 촬영된 대표작.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은 한 해 3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촬영장 내부에는 예스러운 마을을 포함해 선착장, 선박, 객관, 저잣거리, 군영막사, 망루 등 40여개 동의 건물이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청해포구, 양주포구, 이도형 진지 등도 자리했다. 촬영장 내부로 들어가면 초가집부터 대궐 같은 기와집이 이어지는데 옛 정취에 취해 걷다 보면 영화와 드라마 속 이야기에 울고 웃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촬영장은 남도의 푸른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잊지 못할 경관, 불타는 듯한 일몰까지 더해지면 감흥은 두 배가 된다.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거나 절구, 우물 등의 소품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061)555-4500
④ ‘인터스텔라’의 행성 탐험…아이슬란드 스비나펠스요쿨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유일한 것이에요.”
아직 우주 여행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 지금도 여행은 가능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외화 사상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3시간 동안 우주여행에 맞먹는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영화 속 일부 장면은 실제 우주의 어떤 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지구에 없을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극중 주인공 쿠퍼가 두 번째로 도착한 행성은 완전히 얼어붙은 곳이어서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을 갖고 있다. 이 장면은 아이슬란드의 스비나펠스요쿨(Svinafellsjokull)에서 촬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5년 ‘배트맨 비긴즈’를 촬영할 때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는데 인터스텔라의 행성 탐험 장면에도 아이슬란드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일찍부터 점찍어뒀다고 한다.
방문객은 현지의 여러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글래시어 워크’ 프로그램을 통해 빙하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가 일행을 이끌며 아이젠이나 갈고리, 안전줄 등 기본 장비 사용법도 가르쳐 준다. 가이드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 속에서 많이 봤던 풍경을 발견한다. 마치 빗자루로 쓸어내린 듯 하얀 얼음이 불규칙적인 문양을 만들어내는 모습, 일렁이는 장면이 눈을 어지럽히며 그 거대한 위용이 마치 미지의 생물체가 앞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스비나펠스요쿨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4시간 정도 가면 닿는다. 빙하걷기 체험은 약 60달러에 신청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관광정보(icelandtours.is/en).
⑤ 호빗이 당장이라도 나올 듯한 뉴질랜드 호비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를 따르겠나?”
지난달 개봉한 ‘호빗:다섯 군대의 전투’에 나오는 드워프의 수장 소린의 대사다. 2001년 개봉한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인데, ‘호빗:다섯 군대의 전투’로 대미를 장식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에서 스토리와 별개로 영화 속 풍경이 화제를 모았다.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아름다워 컴퓨터그래픽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은 뉴질랜드 전역의 150여곳에서 촬영했는데 그 중 인기가 높은 곳은 호빗의 주인공 빌보 배긴스의 집이 있는 호비튼(Hobbiton)이다.
호비튼은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2시간쯤 달려가면 만나는 마타마타(Matamata) 지역 안에 조성된 초대형 영화 세트장이다. 원래 개인 소유 농장이었으나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개봉 이후 전 세계 영화팬들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영화 세트장을 둘러보다 보면 금방이라도 호빗이 튀어나올 듯한 집들이 충실하게 재현돼 있어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영화 속 감동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당연지사. 방문객들은 아기자기한 집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호빗 굴을 포함한 호비튼 영화 세트장 투어는 물론 팜스테이 및 농장 투어도 할 수 있다.
호비튼 현지투어는 마타마타의 샤이어스 레스트 카페(Shire’s Rest Cafe) 또는 마타마타와 로토루아에 있는 여행정보센터(i-SITE)에서 매일 출발한다. 요금은 성인 75뉴질랜드 달러부터. 호비튼 홈페이지(hobbitontours.com)에서 예약하면 된다.
⑥ ‘럭셔리’의 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에미리츠 팰리스
“이제부터 넌, 나도 속이고 너도 속이는 거야.”
고위층의 검은 돈 1500억원을 가로채려고 각 분야의 범죄 전문가들이 뭉쳤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기술자들’은 한탕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케이퍼 무비(가볍고 유쾌한 범죄영화)다.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중동지역에서 일부를 촬영해 신선함을 더했다.
촬영이 진행된 아부다비의 에미리츠 팰리스(emiratespalace.com) 호텔은 ‘럭셔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호텔이다. 건설비로 약 60억달러(약 6조6000억원)가 투입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호텔 10위 안에 항상 이름이 들어간다. 내부 인테리어의 대부분이 금과 대리석으로 이뤄져 있어서 건물 자체가 하나의 보물이나 다름없다. 황금동전과 골드바를 파는 자판기가 있고, 화장실 세면대까지 금으로 도금했으니 수준을 알 만하다. 1층에 있는 르 카페(Le cafe)에서 파는 ‘에미리트 팰리스 카푸치노’에는 24캐럿 금가루를 뿌려준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약 2만원.
아부다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셰이크 자예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다. 한 번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최대 모스크이자 아부다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이슬람교도가 아니라도 방문할 수 있으며, 아부다비 관광청에서 무료 가이드 투어도 해준다.
에티하드항공(etihad.com/kr)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매일 운항하고 있다. 기종은 A345를 사용하며, 다이아몬드 퍼스트 클래스 12석, 펄 비즈니스 클래스 28석, 코랄 이코노미 클래스 200석을 운영한다.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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