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팔달로에 위치한 100m 남짓한 작은 골목에 '통닭 골목'이 줄지어 있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 '다큐3일'은 '눈물 반 행복 반, 바삭한 인생 - 수원 통닭 골목'을 소개했다.
45년 전통을 지닌 곳부터 2년 된 새내기 업체까지, 11개의 통닭집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이곳은 수원의 명물 골목이다.
이곳 사람들은 매일 손때 묻은 가마솥에 기름을 채우고 생닭을 튀긴다. 노릇노릇 구워진 통닭을 접시에 내고 나면, 고소한 냄새가 골목 안을 가득 메운다.
통닭의 가격은 1만4천 원. 폐지 줍는 노인들부터 고시 준비생까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도 부담 없이 찾아온다.
어릴 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반백이 됐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가 월급날 사온 통닭 한 마리를 잊지 못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이 골목의 터줏대감은 1970년 가게 문을 연 고병희(72) 할머니다.
좌판에 닭장을 놓고 손수 살아있는 닭을 잡아 튀겨주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통닭 골목을 지켜왔다.
할머니는 지난 45년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가게 안팎을 깨끗이 쓸고, 그날그날 도계장에서 잡은 신선한 생닭을 들여왔다.
포대기에 업혀 있던 어린 아들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4년 전부터 어머니를 돕고 있다.
매년 12월31일 밤이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새해를 알리는 타종 행사가 시작되기 전 통닭집에 있던 손님들은 들고 있던 닭다리, 닭날개를 내려놓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종소리가 끝나면 다시 밀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통닭집 사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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