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일부 해제하고 소규모 땅엔 용적률 상향
초기 임대료 제한 없애 중대형도 공급 가능
[ 김보형 기자 ]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전용 84㎡ 삼성한신아파트에 보증금 3억원, 월세 50만원을 주고 세 들어 사는 중견기업 김모 과장(36)은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을 웃돌지만 내집 마련 계획은 아직 없다. 앞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 데다 저금리로 월세주택을 구하기 쉬워져서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가 점유율은 2012년 말 53.7%에서 지난해 말 53.6%로 하락한 반면 월세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49.9%에서 55%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월세가구 증가로 중산층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부담비율(PIR)은 2006년 18.7%에서 작년에는 20.3%로 꾸준히 상승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연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 등 그동안 내집 마련 대책에 치중해온 정부가 중산층 임대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초기 임대료 규제 없앤다
정부는 우선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민간 주택임대사업법)을 제정하고 민간 임대주택을 ‘기업형 임대’와 ‘일반형 임대’로 나눌 방침이다. 기업형 임대는 건설회사와 리츠(부동산 투자회사)가 매입임대 100가구 또는 건설임대 300가구를 8년 이상 임대하는 것으로, 청소 등 종합적인 주거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개인 중심의 일반형 임대는 8년 장기임대와 4년 단기임대로 나뉜다. 그동안 10년과 5년이던 임대기간이 8년과 4년으로 짧아져 임대사업자의 부담이 줄어들고 임대의무기간과 임대료 상승제한(연 5%)을 제외한 나머지 규제는 모두 폐지돼 사업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85㎡ 이하로 제한된 면적 기준을 없애 중대형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인근 시세 이하로 제한된 초기 임대료 규제도 사라진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종합주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화물차 수급 상황에 따라 이사업 신규 허가도 내줄 방침이다. 국토부는 민간주택임대사업법을 내달 국회에 제출하고 올 하반기 국회 통과 뒤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땅·자금·세제 패키지 지원
임대주택을 지을 땅과 건설자금은 물론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등도 제공된다. 공공택지와 동사무소, 우체국 등 도심 공공부지는 물론 공기업 이전부지와 재건축·재개발 사업부지에도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도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해제 가능한 총량 범위(233㎢) 내에서 선별적으로 해제할 계획이다. 사유지 등 소규모 용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용적률 상향 조정과 토지 매각시 양도세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한다.
8년 임대 건설자금 융자 한도를 2017년까지 60㎡ 이하 8000만원, 60~85㎡ 1억원, 85㎡ 초과 1억2000만원으로 기존보다 1000만원씩 늘리고 4년 임대주택에도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제공된다. 임대의무기간 종료 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매입확약을 검토해 기관투자가의 출구전략도 마련할 전망이다.
취득세와 소득세 법인세 감면 폭도 확대된다. 취득세는 60㎡ 이하는 4년과 8년 임대 모두 면제해주고 60~85㎡ 이하의 경우 8년 임대는 5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용 85㎡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해온 감면 혜택을 6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해 서울 시내 임대주택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매각시 차액에 부과되는 양도세도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최대 70%까지 높여 세금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85㎡ 매입임대주택 1가구를 8년간 임대하는 사업자가 받는 조세감면 혜택은 현재 연 91만원에서 143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국토부는 설명했다.
기업형 임대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와 건설사의 재무제표 연결 문제도 건설사의 지배력이 없는 경우 건설사의 부채로 잡히지 않게 연결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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