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불황 가운데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난 일본 기업들도 있었다. 남다른 상품 개발과 아이디어로 살아남은 기업들의 생존전략은 분명 비슷한 경제 환경에 처한 국내 기업들에도 유효한 부분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경제학과·사진)는 14일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배경이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며 "일본처럼 저성장기로 들어가고 있는 점이나 경제활동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는 점, 1인 소비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점 등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현재 국내 내수시장의 모습과 유사한 변화를 이미 겪고 살아남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 형태가 자연스럽게 소규모 시장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그리고 복합몰로 변해간다"면서 "경기가 둔화되고 지금처럼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면 복합적인 쇼핑보다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관여도가 높은 소비 형태가 주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가치'를 따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거나 온라인 쇼핑처럼 '간편'한 소비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
이 교수는 "이미 고성장 시기가 끝난 일본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보면 지금은 차별화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아예 '20대 직장여성 백화점' 등과 같이 구체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이 최근 식품관을 중심으로 '원 앤드 온리(One and Only)' 상품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미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등 해외 관광객 매출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서 침체기에 대한 대응이 한발 늦어진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내부 유통업체들의 상품 경쟁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도심형 할인점인 '돈키호테', 패션브랜드인 '무지'와 '유니클로' 등 불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성장한 일본 기업들은 모두 상품 경쟁력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처한 환경이 유사한 국내 유통·패션기업들 역시 이 사례에서 생존전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는 30일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공동주최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리는 제4회 일본경제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일본 유통산업이 주는 한국 유통산업의 도전과 과제’를 발표한다.
포럼 주요 발표자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일본에 있어서 잃어버린 20년의 의미)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한일관계,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기사로 보는 2015년의 한일 경제) △이정희 중앙대 교수(일본 유통산업이 주는 한국 유통산업의 도전과 과제) △이춘규 경제학 박사(일본 언론의 복합위기 돌파 전략과 시사점)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 대학원장(디플레 불황기의 일본 기업의 대응 전략)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세계가 일본 된다) 등이다.
문의 전화 (02)3277-9960
이메일 br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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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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