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만 신고하라는 '이상한 해외직구法'

입력 2015-01-14 21:10   수정 2015-01-15 03:57

건강식품 구매대행 국내社는 원재료 등 신고
vs 해외대행사는 제외…형평성 논란

개정 식품위생법 29일 시행
국민건강 취지 좋지만 직구족 절반은 해외社 이용
신고 힘들고 시간·비용 들어…거래 통째 해외로 넘어갈 판



[ 임원기 기자 ] 해외 직구(직접구매)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정된 식품위생법이 관련업계에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비타민 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대행업체에 원재료, 성분표 등의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면서 해외 배송대행업체(배대지)들은 제외한 것이 발단이다. 해외직구 시장을 놓고 국내 대행업체와 해외 배송대행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국내 업체만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 규제라지만

오는 29일 시행되는 개정 식품위생법 19조는 수입식품 신고대상자를 ‘해외판매자의 사이버몰 등으로부터 식품 등을 대신 구매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판매 목적으로 수입하는 사업자’에서 신고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현재 개인 소비 목적으로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건당 15만원, 6병 이하)을 구매할 경우 별도의 수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바뀐 규정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건강기능식품 등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고 있는 식품을 해외직구로 살 때 이를 대행해주는 구매대행업체들은 반드시 수입식품 신고를 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을 개정한 명분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꼽았다.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건강 관련 식품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는 것을 신고를 통해 규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련 조항상 해외 배송대행업체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체들이 외국에 있는 데다 형식적으로는 국내 소비자가 직접 구매를 하면서 배송만 대신 해주는 구조여서 신고할 주체도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직구 이용자 중 절반은 국내 구매대행업체를, 나머지 절반가량은 해외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업체만 규제해서 효과를 보기 힘든 구조다.

○국내 업체는 고사할 판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바뀐 규정에 따라 신고하려고 해도 사실상 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매대행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규모도 영세하다. 구매·배송대행만 하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통해 원재료나 성분표 등의 정식 수입신고 서류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직구 특성상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이용자가 감소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외직구 비중이 높은 건강기능식품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1월까지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 구매액은 1억4940만달러, 건수는 200만건에 달했다. 전체 해외직구 가운데 건수로는 23%, 금액으로는 17%를 차지했다.

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대부분의 건강식품 거래가 해외 배송대행업체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이달 29일 시행되지만 실제 신고가 시작되는 시점은 시행령이 발효되는 7월 말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내업체 해외업체 가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에서 국내 업체에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의 ‘절반’만 규제하겠다는 것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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