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력 강판, 안정성과 차체 경량화 홍보에 효과적
[ 김근희 기자 ] "'티볼리'는 동급 최다 수준인 차체의 71.4%에 고장력 강판을 적용했습니다. 이 중 초고장력 강판 비율도 40%에 이릅니다."
쌍용자동차는 신차 티볼리를 출시하면서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2015년형 '스파크'를 출시한 한국GM 역시 스파크 차체의 66.6%에 고장력 강판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고장력 강판',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을 강조하며 신차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고장력 강판 홍보를 통해 안전성과 차체 경량화를 복합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고장력 강판은 일반 연강판보다 인장강도가 높은 강판을 말한다. 일정 무게 이상의 충격을 받았을 때 견뎌낼 수 있는 강도가 높다는 얘기다. 인장강도 기준은 자동차 업체마다 다르지만 국제철강협회에 따르면 270~700MPa 사이를 고장력 강판, 700Mp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이라고 한다.
고장력 강판은 충격을 줘도 쉽게 뒤틀리거나 변형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고 일반 연강판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 안전성과 차체 경량화가 자동차 업계 주요 화두가 되면서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장력 강판 등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고장력 강판의 비율이 수치로 제시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더 신뢰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고장력 강판 홍보가 불붙기 시작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부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 출시 전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을 방문할 만큼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강판에 신경을 썼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각각 75%, 52%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 때마다 경쟁적으로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공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장력 강판 홍보 열기가 머지않아 사그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의 개념이 생소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고장력 강판이 낯선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당분간 이런 마케팅이 통하겠지만 1~2년 후 고장력 강판 사용이 보편화되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쌍용차 관계자 역시 "소비자들이 안전과 관련해 에어백 개수나 안전도 테스트 등에 대해서 식상해 하지만 고장력 강판은 새롭게 느낀다"며 "이 때문에 고장력 강판을 포인트로 잡아 홍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 사용이 보편화된 수입차 업체의 경우 강판 사용 비율을 굳이 알리지 않는다. 오히려 신소재를 이용한 차체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고장력 강판 사용은 5~6년 전에 화제였다"며 "수입차들의 경우 이제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 신소재를 이용한 부품 경량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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