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품은 제과업체, 해외 M&A '눈독'…과자 외면한 내수에 '골머리'

입력 2015-01-16 09:21  


국내 제과업체들이 침체된 시장에서 벗어날 돌파구로 '인수·합병(M&A)'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해외 제과업체를 잇따라 인수한 롯데제과뿐 아니라 M&A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오리온도 새 먹거리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업계에선 4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한 오리온이 어떤 매물에 관심을 보일 지 주시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국내외에서 M&A 대상을 찾는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M&A 대상을 찾아보고 있다"며 "매물을 검토해보면서 기존 라인을 강화할 지, 새로운 라인을 추가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4000억원 수준으로 해외 대형 제과업체도 인수 가능하다"며 "지금은 여러 분야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M&A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인 것으로 보인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이마트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7월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그룹에서 재직할 당시 공격적인 M&A를 주도하며 이명희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오리온에서도 M&A를 총괄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그간 오리온은 경쟁사들 대비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 진출지역에서도 M&A보다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구상해왔다.

이번에 오리온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국내 제과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해외시장은 국내보다 상황이 낫지만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국내 제과시장은 2년 연속 역신장했다. 내수 경기가 둔화되고, 수입과자 유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제과시장의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지속되면서 주요 수요층이 줄어든 탓도 있다"며 "해외 직수입 브랜드, 디저트 카페 등 국산 과자를 대체할 간식류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제과는 국내 제과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M&A를 진행해왔다. 올해도 정체된 내수시장을 벗어날 방안으로 꾸준히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언제 어떤 업체를 인수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 두고 매물을 찾아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괜찮은 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언제든 인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올해도 '현지화'가 중요한 사업 기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 해외사업 확대로 차입부담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총 부채비율은 48% 수준이다.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과 매도 가능한 증권, 영업현금 창출력 등을 감안할 때 자금 조달 능력은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롯데제과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해외 제과업체를 인수해 왔다. 인도 패리스(2004년), 벨기에 길리안·베트남 비비카(2008), 파키스탄 콜손(2010), 카자흐스탄 라하트(2013) 등을 인수하며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라하트 매출이 반영되면서 롯데제과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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