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의 세금을 피하려고 고국을 등지는 ‘리치 노마드(rich nomad·부유한 유목민)’가 각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재정에 압박을 받는 선진국 정부들이 부자들에 대한 과세 확대로 재정을 충당하려고 하지만 부유층은 아예 ‘국경 탈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층 소득에 최대 75%의 세금을 물리는 과세 방안을 내놓자 프랑스의 대표 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사진)는 세금 망명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영화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부유세 이주 문제는 소득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 명품을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2012년 벨기에 시민권을 신청했다. 60%에 달하는 프랑스의 상속세를 피하려고 벨기에(3%)로 향한 것이다. 그가 벨기에로 이전한 재산은 55억파운드(약 9조600억원)에 달한다. LVMH는 “프랑스의 높은 상속세 때문에 그룹이 해체될 위기에 빠졌다”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민배우 알랭 들롱(1999년)과 포뮬러원 카레이서 세바스티앵 로에브(2008년) 역시 프랑스의 높은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스위스로 국적을 옮겼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높은 세율을 피하려는 세금 망명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에두아르도 새버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는 미국의 높은 세금을 피해 2012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 스웨덴 대표기업 이케아는 세금을 피해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크라이슬러 역시 영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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