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 "'보트' 타고 증시 입성…'마이보트' 시대 온다"

입력 2015-01-19 14:20  

[ 이지현 기자 ]

국내 증시에서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슈퍼스타로 떠오른 기업으로 '선데이토즈'를 빼놓을 수 없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 열풍을 일으킨 선데이토즈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증시에 데뷔시킨 곳은 하나대투증권이다.

하나대투증권이 두번째 '슈퍼스타'로 점찍은 레저용 보트 전문기업 '우성아이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머스트투자자문과 손잡고 스팩을 만든 뒤 우성아이비에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2017년 상장을 준비 중이던 우성아이비는 계획을 앞당겨 하나머스트스팩과 합병 절차를 밟았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 아이템은 '공기주입식 보트'. 유행으로 떠오른 아이템도 아니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으로 여겨질 만한 것도 아니었다. 레저용 보트의 증시 입성 소식에 증권가가 술렁였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이었다.

지난 9일 인천 부평구 우성아이비 본사를 찾아 이희재 대표(58·사진)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이젠 '마이카'시대에서'마이보트'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이 '모바일 시대'에 이어 내다본 것은 '마이보트 시대'다.

◆'마이 보트' 시장, 의료보다 크고 반도체보다 작다

"몇 년전만 해도 국내에서 수상레저라고 하면 해운대서 김밥 먹으며 모래찜질 하는 정도만 생각했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개인이 소유한 수상레저 장비 시장은 의료 장비 시장보다 크고 반도체 시장보다 작은 수준입니다. 46조원 규모니까요. 예를 들어 스웨덴의 1인당 보트 소유율은 6명당 한 대 꼴이고, 미국은 18명당 한 대의 보트가 있습니다. 한국은 걸음마 단계죠."

이는 한국 수상레저 시장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도 된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 되면 수상 레저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되면 자동차문화가 생기죠. 1만 달러가 넘으면 침대 문화로 번집니다. 고급 베개나 고급 침구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과정이죠. 3만 달러 시대엔 수상레저 시장이 급성장할 것입니다."

내수 시장의 고성장을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사실 우성아이비는 글로벌 시장이 주요 무대다.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이 94%다. 프랑스의 조디악, 영국의 에이본과 함께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우성아이비가 세계 5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2013년엔 수출액 3000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335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이다.

◆ 해외 시장 어떻게 뚫었나 보니

우성아이비가 창립된 1992년만 해도 수상레저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시피한 시절이었다.

당시 무역업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해외주재원으로 일하던 이 대표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현지인들이 카약 등을 타고 누구나 물놀이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던 것. 선진국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나라에서도 수상레저를 즐긴다면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만 해도 고가의 수상레저 상품은 모두 해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던 상황. 이 대표는 한국산 수상레저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인천 지하셋방에 '공장'을 만들었습니다.저를 포함해 공동 창업자 4명이 전부였죠. 당시 월급은 30만원 정도였는데 미국에서 300만원 짜리 보트를 들여와 칼로 찢어서 해부했어요. 그 기분을 누가 알겠습니까."

3년 뒤 해외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 다짜고짜 파리 모터쇼에 참석했다. 겨우 얻은 '손바닥'만한 부스 위엔 "어디로든 찾아가 수리를 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였고 이 전략은 들어맞았다. '우성아이비는 세계 어디로든 사후서비스(AS)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제품의 질도 인정 받았다.

이 대표는 이 방침을 17년째 유지하고 있다. 일년에 한번은 임직원 두 명이 캠핑카를 빌려 미국 전역을 45일간 일주하며 AS에 나선다. 스페인, 두바이 등 단 한 건의 수리를 위해 해외 출장을 보낸 일도 있다고.

23년간 쌓은 공기주입식 기술은 이제 수상레저에서 새로운 사업군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년 반 전엔 카우 매트리스(소 침대)를 만들어 캐나다에 연간 4만 대를 수출하고 있고, 최근에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와 손잡고 어린이용 카시트를 만들었다.

레저사업에만 국한돼 있어서는 우성아이비의 성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상장 이후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빠른 속도로 뒤따라온 중국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것은 기발한 신제품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조달된 자금을 통해 해외 공장을 현지화하며 생산시설 기틀을 잡을 예정입니다. 이후엔 2, 3년 안에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세계 1위 수상레저 기업인 조디악을 뛰어넘는 것이 우리의 최대 목표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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