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보고 부족' 지적 의식? 朴, 장관들과 '티타임 소통'

입력 2015-01-20 20:51   수정 2015-01-21 03:53

청와대 인사이드

국무회의 시작 10분 전 입장
최근 금연한 장관 등 3명에
"작심삼일 극복하는 길은 3일마다 결심하면 된다"



[ 정종태 기자 ]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는 보통 오전 10시 정각, 박근혜 대통령(사진)이 본관 세종실에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회의장에 앉아 기다리던 장관들이 서서 목례를 하고, 대통령이 자리에 앉으면서 회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20일 국무회의는 분위기가 달랐다. 박 대통령이 회의 시작 10분 전 세종실 앞 환담장에 나타난 것.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던 장관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 주위로 모여들었다. 박 대통령과 장관들은 찻잔을 들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모여 선 채 10여분간 차를 마셨다.

새 정부 들어 국무회의 전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자연스럽게 환담을 나눈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무회의 때마다 이런 티타임을 일상적으로 가졌다. 이날 티타임은 장관들에게 미리 공지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년 기자회견 때도 장관들과 대면보고 등 소통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오고 해서 소통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티타임에서는 주로 금연 얘기 등 가벼운 소재의 대화가 오갔고 중간에 웃음이 터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적폐 해소 문제를 언급할 때는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부총리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 세 분이 담배를 끊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는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생각을 바꾸자는 취지로 정부세종청사의 인사혁신처 사무실 복도를 온통 오렌지색으로 칠했다는 얘기를 듣고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다. 자꾸 그렇게 해서라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금단 현상을 매개로 ‘사회적 적폐’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처음에 옷에 때가 묻었을 때는 금세 지울 수 있는데 이게 절어서 비누로 빨고 노력을 해도 옷이 해질지언정 때가 잘 안 빠진다”며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내려버려서 힘들지만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체가 금단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도 오래하다 보면 편하니까, 나쁜 것이라도 으레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 하고 빠져드는데 그러다가는 사회가 썩는다”며 “그러면 개혁을 하려 해도 저항도 나오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느냐, 난리가 나는 그런 게 일종의 금단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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