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사이나이 美 디시전이코노믹스 회장-하태형 현대硏 원장 대담
불확실한 中경제·회복 더딘 日…한국 시장 저평가 최대 원인
유가·루블화 가치 곤두박질…러, 성장률 -10%로 추락할수도
美 내년 3.9%까지 성장 전망…올 중반께 금리 인상 나설 듯
[ 정리=김유미 기자 ]
“한국 시장이 왜 저평가받느냐고요? 중국과 일본 경제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최고의 경기 예측가로 꼽히는 앨런 사이나이 미국 컨설팅그룹 디시전이코노믹스 회장 겸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20일 “올해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은 대부분 해외에서 온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 성장률이 24년 만에 최저치(7.4%)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의 먹구름’이 한국을 덮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이나이 회장과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날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 저유가와 러시아 위기 등을 놓고 분석, 예측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인 사이나이 회장은 작년 이맘때도 방한해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선 낮은 3.5%(2014년)를 제시했다.
▷하태형 원장=올해 글로벌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불확실성’이 될 듯하다. 미국 금리 인상기엔 위기가 찾아오곤 했다. 1997년 아시아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앨런 사이나이 회장=그렇다. 최근 미국 경제가 강해졌지만 나머지 국가가 문제다. 유가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취약한 국가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성장률은 올해 -5~10%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다.
▷하 원장=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은행(WB)은 러시아 성장률을 -2.9%로 보고 있다.
▷사이나이 회장=유가 충격은 경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에 영향을 주고 정치적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충격 경로는 환율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다.
▷하 원장=최근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최저환율제를 폐기하면서 변동성은 더 커졌다. 유로화의 급락은 유럽연합(EU)의 위기와 연결돼 있다. 그렉시트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사이나이 회장=그리스가 EU를 탈퇴할 수도 있다. 탈퇴로 그리스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이 살아날지도 모른다. EU는 한 국가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말려들어가는 구조다. 각국의 제도와 구조가 제각각인데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것은 애초부터 지속불가능했다.
▷하 원장=하지만 EU가 그렉시트를 용인할까. 그리스가 탈퇴하면 경제 상황이 비슷한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마찬가지라는 의미가 된다. 이들 국가는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도 훨씬 크다.
▷사이나이 회장=동의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하 원장=미국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물과 금융시장 간 괴리가 극대화할 때 충격이 발생했다.
▷사이나이 회장=미국 주식시장에선 아직 거품을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은 정상적인 경기 회복세에 있고 올해 3.6%, 내년 3.9%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궤도라면 올해 중반쯤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것이다.
▷하 원장=일본은 살아날까. 통화완화정책을 강화하다 보면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인 정부부채 비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사이나이 회장=그래도 일본으로선 다른 길이 없다. 양적 완화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일본의 과도한 부채 문제도 점차 해소될 수 있다. 일본보다 걱정되는 것은 중국이다.
▷하 원장=‘그림자 금융’을 포함하면 중국 내 기업부채가 위험 수준이라는 우려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지적된다.
▷사이나이 회장=공식 통계 외에 알 수 있는 게 적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7%로 관측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 원장=한국 경제도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고령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20년 전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 초입에 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이나이 회장=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일본과 다른 과정을 거쳐왔다. 인적 자원도 훌륭하다. 올해 성장률은 3.4%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더욱 좋아져 3.7%까지 회복할 것이다.
▷하 원장=한국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저평가돼 있을까.
▷사이나이 회장=‘아시아의 먹구름’에 한국이 덮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불확실하고 일본의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다. 두 국가의 불확실성이 걷혀야 한다. 올해 한국의 위험 요인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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