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幸福과 융합돼야 할 IT 개발

입력 2015-01-21 20:38   수정 2015-01-22 03:53

"우리네 삶의 의미까지 뒤바꿀 IT
기술이 초래할 역기능에 대비해
인문학 가치와도 융합적 접근해야"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를 둘러본 지 열흘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기술발전에 대한 경이로움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CES에서는 정보기술(IT) 고유의 분야 이외에 스마트카, 드론, IT바이오 및 웰니스, 로봇서비스 부문에도 특별한 배려를 함으로써 IT 기반 융합기술의 발전 추이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과연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앞으로 IT의 비약적인 발달로 우리의 삶이 확 바뀌겠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IT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발전이 생활 곳곳에 침투해오는 것을 목격 중이다.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IT와 연결돼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종래에는 기술발전이 우리 생활의 한 분야에 부분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지금 전개되는 IT 발전은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기술발전이 우리에게 편리함과 유익함을 제공해주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삶을 새롭게 규정하려 들지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산업계와 공학계의 기술개발 노력은 앞으로도 무한히 진행될 것이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기술개발 속도와 추이는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다. 시장에서는 기술개발의 성과를 둘러싸고 누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 그 대열에서 소외당하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CES에 몰리는 사업자, 기술개발자, 언론의 관심은 모두 여기에 집중되는 듯하다.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 전시장이 CES 메인홀에 당당하게 설치돼 있는 것도 게임 체인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증거일 터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게임 체인저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우리 삶의 변화, 즉 라이프 체인저들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IT의 확산은 우리 삶의 형태나 스타일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가치까지도 바꾸고야 말 기세로 진행되고 있다. CES 기간 내에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개발자 입장에서 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인간 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될 것인지를 역설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 인문학 전공자들의 참여부족이다. 어찌해서 인문학자의 모습은 CES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일까.

IT 개발이 편리성이나 유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라도 이것이 반드시 인간 행복으로 이어질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논의해야 할 때다. 한없이 전개될 기술개발은 산업계나 공학자들의 몫이지만, 개발된 기술을 인간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도록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인문학자들의 노력이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전공자들이 무관심하거나 기술발전 추세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문제다. 아예 인문학자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치부한다면 더 큰 문제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기술개발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반드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ES와 같이 기술과 산업 발전 트렌드를 포괄적으로 알 수 있는 대규모 글로벌 전시회에 산업계나 과학기술계, 언론계뿐 아니라 인문학자들도 대거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문학과 공학의 공유가치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만 융합할 것이 아니라 사고와 가치판단도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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