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초기 "稅폭탄 아니다"
野·시민단체 거센 반발에
"반드시 시정" 입장 돌변
[ 정종태/은정진 기자 ]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탈출구로 ‘소급 적용’ 카드를 꺼내 정부의 승복을 받아냈다. 청와대까지 나서 소급 적용은 세제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민심 이반’이라는 당의 논리에 밀렸고, 결국 정부는 여기에 두 손을 들었다. 이번 사태는 세제 원칙을 내세워 납세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은 생략된 채 정치 논리에 빠져 표에만 집착하는 정치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13월의 세금폭탄’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방어했다. 2012년부터 바뀐 소득원천 징수제도가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받는’ 방식으로 변경된 데 따른 착시현상이고, 2013년 세제개편안 당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위주로 바꾼 것도 소득에 따른 과세의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논리였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지난 19일 현안 브리핑에서 이런 논리를 강조하며 “사정이 이런 데 야당은 ‘서민증세’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선동적인 단어까지 써가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시민단체에서도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새누리당은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성린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연말정산 종료 이후) 기존 정부 방침에서 문제점이 밝혀지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부족한 부분을 올해 8월 말에 나오는 세제개편안에 반영해 내년 연말정산분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여기저기에서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특히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2013년 세제개편안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다른 참석자는 “2013년 세제개편으로 9300억원가량의 세금이 더 걷히게 되니 이걸 모두 중산 서민층에 돌려주자”고 했다. 소급 적용 얘기도 이 자리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세제 당국자를 불러 소급 적용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부정적이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늦게 긴급 브리핑을 열어 “야당이 주장하듯 서민증세는 결코 아니며 조세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다만 가구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이 안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올해 세제개편안을 짤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소급 적용은 곤란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21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이미 소급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침이 굳어졌다.
정종태/은정진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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