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논의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으나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다양한 이유로 CCTV 의무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도 CCTV가 있었지만 발생한 점을 들어 CCTV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의사표현에 서투른 아이 인권 보호차원서 필요
새누리당은 CCTV가 보육교사의 가혹행위 예방과 사후 적발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인 만큼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사들의 인권 문제와 결부돼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CCTV는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모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CTV 등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인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적인 측면에서 교사의 인격도 중요하지만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인권은 더 중요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CCTV는 최소한의 예방차원에서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아닌 자신의 의사표시를 못하는 아이들의 인권차원에서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하는 이들은 CCTV가 아동학대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세상에 이를 알리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주장을 편다. 특히 보육교사들이 CCTV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중에는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은 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C씨는 “어린이집 내 CCTV가 있어도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CCTV 영상을 TV로 보거나 휴대폰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CCTV 설치 여부와 아동학대는 별개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설치 의무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 당 안심보육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처벌과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범죄와 연관되지 않았음에도 CCTV를 열람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육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9시간이 넘고 점심시간조차 보장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지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성주 의원 역시 CCTV 설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보육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CCTV 설치와 아동학대는 별개 문제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 어린이집들만 해도 모두 CCTV가 설치된 곳이었던 만큼 CCTV가 아동학대를 막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전문 조사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최윤용 상담원은 “CCTV가 있다고 해서 아동학대를 안 하는 게 아니다. 학대를 하려면 CCTV가 없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차원에서 CCTV가 실효성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의 인권과 반대를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2013년 인권위 조사 결과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의 7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는 자질 없는 보육교사에 의한 저질 보육서비스”라며 “CCTV가 교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모는 상황에서 보육교사의 교육서비스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CCTV 의무화보다는 인센티브로 유도하는 방안 고려해야
CCTV를 통해 전해진 일부 보육교사들의 아동 폭행 영상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뿐 아니라 국민 다수가 CCTV 아니라 어떤 수단으로도 이런 무자비한 폭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전자발찌 이야기를 하며 CCTV 설치도 더 늦기 전에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대해서도 범죄자의 인권 운운하며 미루다가 잔인한 성폭행 범죄가 벌어지자 비로소 법제화됐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유는 다소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성폭행범과 보육교사를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를 폭행한 교사는 관련 법에 따라 엄벌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이들은 극히 소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다수 보육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점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CCTV 설치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를 모든 어린이집에 의무화하는 것에서 약간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의무화는 아니되 설치하는 어린이집에는 일정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대안이라고 본다. 또 단순 CCTV뿐 아니라 부모가 집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어린이집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설비까지 설치한 어린이집에는 더 많은 정부 보조금이나 감세혜택 등을 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필요한 것은 보육교사 중 CCTV에 의해 누군가로부터 감시받는 것을 개인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CCTV 설치를 유도하고 이를 수용하기 힘든 보육교사들은 CCTV가 없는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절충안이 아닌가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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