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제조·고용관련 지표 호전…위상 강해진 달러화 '팍스 아메리카나'의 부활

입력 2015-01-23 18:10  

기지개 켜는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 경제가 부활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미국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경제의 핵심 축인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금융시장도 안정세가 뚜렷하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식시장은 다소의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8,000선을 돌파했다. 강(强)달러는 미국 경제 회복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미국이 지난 5년간 시행한 4조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 정책을 중단한 데다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달러화 가치 역시 강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을 분석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경제의 다른 축인 이들이 여전히 부진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제조·고용시장 ‘동시 훈풍’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 경제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종합성적표’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GDP 증가율은 5%(연율 기준)였다. 앞서 발표된 잠정치(3.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두 분기 연속 4% 이상의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미국 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 4%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고용시장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은 5.6%로 하락했다. 지난 1년 동안 1%포인트 정도 낮아진 수치다. ‘꿈의 실업률’은 어떤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용을 이뤘을 때의 실업률을 의미한다. 미국은 통상 5.2~5.5%를 ‘꿈의 실업률’로 본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 부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셰일가스(원유) 증가, 세계 경기 회복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심리는 살아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46% 정도 떨어졌다. 미국은 자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도 여전히 원유 소비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GM(제너널모터스) 등은 저유가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실적이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

# 기축통화 위상 강해지는 달러

지난해부터 국제 금융시장에서 뚜렷해지는 현상은 ‘달러 강세’다.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엔화, 원화 등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에는 ‘약(弱)달러 유도’가 골자인 아베노믹스 등의 영향으로 강달러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쯤 달러화 가치와 유로화 가치가 같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달러화 가치는 거의 유로화 가치를 밑돌았다. 2000년 8월에는 유로당 0.8230달러로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강했지만 2002년 7월 등가를 기록한 뒤 줄곧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 가치보다 약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경기 회복, 양적 완화 정책 종료로 인한 달러 유동성 공급 축소, 중국 일본 유럽 등의 상대적 경기 부진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달러화 가치 강세는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러 강세는 국제시장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한국 등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은 강달러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달러가 강해지면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국가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그만큼 불안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강달러는 국제시장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되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 구매력이 커지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할 여지가 더 커진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데는 강달러도 한몫한다는 분석이 강하다.


# 부활 원천은 ‘효율적 경제 시스템’

미국 경제 부활의 원천은 ‘경제 시스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사유재산권의 최대 보장,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 등이 어우러지면서 경제 회복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미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사회 시스템과 이를 통한 민간의 혁신, 소프트 파워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도 많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는 올해도 경제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4%를 기록, 8%대를 유지하려는 중국 당국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유럽은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역시 ‘어두운 터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나홀로 독주’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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