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출 0.3% 줄어…2분기 연속 감소세
[ 김우섭 기자 ]
최경환 경제팀이 지난해 하반기 출범 이후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으나 ‘약발’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풀린 자금이 수요자를 찾지 못해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4분기 건설투자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게 좋은 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연 2.0%)으로 내렸으나 경기를 부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돈이 돌지 않은 데다 수출마저 흔들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9분기 만에 가장 낮은 0.4%에 머물렀다. ‘최경환표’ 재정확대 정책과 ‘이주열표’ 통화완화 정책이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돈 풀어도 돌지 않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하반기부터 26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재정확대 자금 26조원 가운데 6조6000억원은 기금 증액에 쓰겠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주택구입 및 임대주택 지원(국민주택기금 6조원 증액)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4000억원) △관광산업 지원(관광진흥개발기금 1000억원) 등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한 만큼 돈은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23조9800억원(6조원 증액분 포함) 규모의 국민주택기금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18조100억원(75.5%)에 불과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에 대한 대출한도를 늘려줘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도 연간 계획한 4조8000억원 중 4조3800억원 정도만 쓰였다. 소상공인 지원 융자 등의 실적이 부진했던 결과다.
한은의 중소기업용 금융중개지원 대출실적도 부진했다. 금융중개지원 대출한도를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3조원 늘렸지만 지난해 말 대출액은 10조7000억원에 그쳤다.
◆세수 부족이 재정절벽 초래
돈이 돌지 않아 실물경제는 깨어나지 않았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4분기 건설투자는 9.2%(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 국장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토목건설 투자가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재정 운용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세수 부족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11조1000억원 추산)을 넘어서자 정부는 각 부처의 불용액(배정된 예산 중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거나 세수가 부족해 투입하지 않은 돈) 확보에 나섰다. 2013년에도 18조1000억원에 이르는 불용예산을 쌓아 ‘재정절벽 사태’를 막았던 정부다. 지난해 불용액도 통상적인 불용 수준인 5조~6조원보다 많은 10조원 이상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주요 사업 예산의 58.1%를 상반기에 썼다. 당초 목표인 57.1%를 웃돌았지만 하반기에 쓸 돈을 상반기에 미리 당겨서 쓰다 보니 정작 세수가 부족한 4분기에는 가용 예산이 더욱 줄어들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세수 전망에다 정교하지 못한 재정운용으로 4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세수 부족 탓에 정부 지출이 위축되면서 4분기 성장률이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4분기 인건비·경상경비 등을 포함하는 정부소비 증가율은 0.5%(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3분기)의 2.3%보다 훨씬 낮았다.
◆수출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물론 4분기 성장률이 0.4%로 낮은 데는 윤달로 인한 결혼 감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 돼 온 수출이 작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2.2%와 0.3% 줄었다. 수출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건 금융위기 때(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수출 부진에 따라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4분기 0.3% 줄었다. 직전 분기(-0.8%)에 이어 감소했다. 정 국장은 “중국의 수입 규제가 늘어나고 국내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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