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고로 제철소 꿈 '눈앞'…장세주 "철강 열정은 계속된다"

입력 2015-01-23 23:36  

동국제강 CSP제철소 연와 정초식 개최
내년부터 본격 생산 돌입

"세계 제일의 공장 기원"…친필로 벽돌에 염원 새겨



[ 김보라 기자 ]
“집념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철강업은 나의 운명이며, 철강을 향한 열정 때문에 브라질까지 달려왔다.”

2011년 8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의 제철소 부지 공사를 앞두고 전용부두를 준공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장 회장은 그로부터 3년5개월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철소 건설 현장을 다시 찾아 관계자들과 고로 연와 정초식을 열었다. 연와 정초식은 용광로 내화벽돌에 염원하는 글자를 적어 고로의 안전과 성공적인 가동을 기원하는 행사다. 장 회장은 벽돌에 ‘꿈이 현실이 되어 세계에서 제일가는 공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썼다.

동국제강이 10년간 공들여온 ‘브라질 CSP제철소’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이 30% 지분을 투자해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 페생 산업단지에 건설하는 연산 300만t급 고로제철소다. 자본금 24억3000만달러(약 2조6343억원)를 포함해 총 54억6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올 12월 불을 집어넣는 ‘화입’이 끝나면 내년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장 회장과 브라질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해온 동국제강이 1980년대 말부터 브라질에서 후판용 원자재인 슬래브(판 모양의 철강 반제품)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브라질 연락사무소를 운영했다. 고로제철소가 없었던 동국제강은 늘 원자재 확보에 노심초사해야 했다.

장 회장은 2001년 취임 직후 “우리가 제철소를 직접 짓자”고 했다. 브라질과 남미 전역을 둘러본 장 회장은 세아라주 사람들의 제철소 유치 열의가 강하다는 점과 철광석 공급이 쉽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2005년 브라질 제철소 건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용광로가 아닌 전기로 방식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던 동국제강은 2007년 에너지 가격 폭등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전기로 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일본, 중국 등의 철강 업체들도 브라질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다가 발을 빼는 상황이었다.

장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의 발레와 주정부, 연방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2007년 11월 룰라 다 실바 당시 대통령을 만나 “우리의 꿈을 믿고 지지해준다면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룰라 대통령은 장 회장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동국제강과 발레 간 상호 협력식을 주재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동국제강과 발레는 5개월 뒤인 2008년 4월 브라질 현지에 CSP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발레가 50%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CSP는 원료인 철광석을 독자적으로, 싸게 구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또 한 번의 큰 파도가 닥쳤지만 장 회장은 뚝심을 발휘해 포스코를 설득했다. 포스코가 20%의 지분을 투자하고 건설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고로제철소 건설은 급물살을 탔다.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은 장 회장은 지금도 신입사원을 만나는 자리에서 “진정한 친구는 관계를 깨지 않는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미고(친구)가 되기 어렵지, 한 번 아미고가 되면 그 관계를 깨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국제강은 CSP제철소를 통해 후판 사업 부문에서 고로제철소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증대, 원자재 조달 비용 절감 등으로 연 1000억원의 수익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제철소가 생산하는 슬래브 300만t 중 우선 구매권이 있는 160만t을 고급강 중심으로 특화해 동국제강의 차세대 고급 후판 생산 기지인 당진공장과 글로벌 일관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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