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카페하기 좋은 터

입력 2015-01-26 07:00  

구한말 사람들은 물 건너온 검은 빛의 쓴 탕약을 ‘양탕(洋湯)’이라 불렀다. 백자 사발에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한약처럼 들이키던 오늘날의 커피를 일컫는 것이다. 기운이 솟는 듯도 하고 가슴도 쌔근거리는 서양차의 구입은 인천 대불호텔 다방(茶房)이 원조다.

다방은 고려와 조선 왕실의 다사(茶事)와 주과(酒果)를 주관하는 관사(官司) 이름이다. 다사는 차와 관련된 다례(茶禮)를, 주과는 매우 간소하게 차린 제물(祭物)을 뜻한다. 정월 제사인 ‘차례(茶禮)를 지낸다’의 의미는 사가(私家)에서 술 대신 차를 올리는 의례로, 왕실에서는 다례(茶禮)라 했다.

유가의 ‘다심일여(多心一如)’, 불가의 ‘다선일미(茶禪一味)’, 도가의 ‘다도일여(茶道一如)’는 차를 도구로 삼아 도(道)를 이룬다는 의미다. 도란 중(中)이다. 중은 균형이다. 균형은 본분이다. 궁궐마다 다방을 둬 차를 가까이 한 까닭은 ‘차로 술을 대신하고 차로 청렴을 기른다(以茶代酒 以茶養廉)’는 유풍의 도와 무관하지 않다. 조선의 검찰격인 사헌부가 매일 다 같이 모여 바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다시(茶時)를 두고 차를 마신 까닭도 마음의 때를 벗겨 공평함의 본분을 다하기 위함이다. 곧 ‘끽따거’는 ‘너 잘하고 있니’라는 무서운 가르침이다.

도시 곳곳 작은 코너마다 다방의 혼혈 손자격인 카페가 넘쳐난다. 동양의 차는 정(靜)하여 고요하고 깊고 흔들림이 없다. 반면 서양은 동(動)하여 활달 자극적이고 화려하다. 풍수 상권 분석상 카페의 주고객인 젊은 여인은 아름다운 꽃이요, 소음(少陰)이다. 소음은 생(生)한 기운이니 나비를 부르고 소양(少陽)인 젊은 남성과 짝이 돼 성(成)하다.

이 둘은 늘 상춘(常春)하는 봄과 같아 재잘대고 공중을 날아다닌다. 소음(少陰)끼리의 만남은 더욱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짱짱한 화(火)기운의 밝고 뜨거움을 본체로 하고, 기운의 위로 치고 오름을 쓰임으로 유도하는 환경적 요소로 풍수 배치하는 것이 묘(妙)다.

풍수 입지 분석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예전 다방은 명상의 공간과 같은 지위에 놓였다. 교감신경의 흥분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수렴하는 기운의 정적인 장소가 그곳이다. 그곳에서 차와 함께 조신(調身), 조식(調息), 조심(調心)하여 병의 치유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이 최상의 장소였다. 허나 지금은 찻잎으로 속을 채우는 기다림(陰)보다 커피 열매를 부숴 겉을 드러내(陽) 보이는 식음(食飮)이 몸을 채운다. 기운은 상통하는 법이니 몸이 원하는 바대로 양(陽)한 장소가 카페 창업의 최선이 됐다.

바쁜 시절이다. 그러나 알아차림을 위한 다도(茶道)는 장소의 구애가 없다. 동(動)한 곳에서 정(靜)한 것을 이룸이 가장 위대한 법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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