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보다 신세 처량한 소령…정년 짧아 제2의 인생 설계 '삐걱'

입력 2015-01-26 20:58   수정 2015-01-27 04:15

[ 최승욱 기자 ] 육군 교육사령부의 A소령(45)은 오는 3월 군복을 벗는다. 연령 정년(45세)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ROTC 31기로 1993년 임관한 A소령은 3~4 대 1의 경쟁을 뚫고 장기 복무자로 선발될 때만 해도 40대 중반에 전역할지 몰랐다. 육사 출신 소령의 중령 진급률은 약 95%인 데 비해 비육사 출신은 45% 수준이다. 22년1개월 복무한 대가로 202만원가량의 군인연금을 받게 되지만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노후를 준비하려면 태부족하다. 그는 “소령의 연령 정년은 중사와 똑같다”며 “대부분의 중사가 진급할 수 있는 상사의 정년은 중령처럼 53세”라고 말했다. 하사와 중사는 2009년부터 불성실 근무자나 범법자, 근무성적 불량자만 아니라면 근속진급을 할 수 있다. ‘직업 안정성에선 소령이 상사보다도 못한 신세’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년 전역하거나 조기 전역한 소령은 456명. 군 내부에서 예비군지휘관 군무원 등의 직장을 구한 예비역 소령은 110명이다. 2013년 기준 소령 전역 1년차의 취업률은 38.9%로 장군(46.9%), 대령(49.8%), 중령(44.7%)보다 낮았다.

소령은 연대에선 참모, 사단에선 참모보좌관을 맡아 업무량이 많다. 육본의 B소령은 “연대 정보과장 시절 1년6개월 동안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귀가했다”며 “토요일 하루만 쉬다 보니 6세 아들이 ‘아빠는 토요일에만 집에 있는 사람’으로 인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소령의 정년을 8년 뒤부터 48세로 연장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2018년까지 46세, 2022년까지 47세로 1세씩 늘린 뒤 2023년부터 48세가 적용된다. 방사청에 근무 중인 C소령은 “기존 소령에겐 정년이 1년 연장되는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계급별 정원이 정해져 있는 데다 전투준비 태세를 감안, 더 이상 늘리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A소령은 “전역 2년 전부터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떤 자격증과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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