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된 100억원 계좌 적발 땐 최대 76억원 내야
계좌신고 올해가 골든타임
9월엔 美와 FATCA 가동…해외 자회사도 신고해야
강남 큰손·기업 문의 잇따라
[ 조진형 기자 ] “3년 전 해외 은행 계좌에 20억원을 예치했는데 아직 과세당국에 신고를 안했어요.”(A 중소기업 사장)
“고객님, 늦었지만 올해는 꼭 신고해야 합니다. 내년부터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과태료도 살인적인 수준으로 오릅니다.”(B 세무사)
강남 ‘큰손’들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 관련 문의가 연초부터 잇따르고 있다. 신고기한(매년 6월)까지 5개월가량 남았지만 해외 금융계좌 신고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을 대폭 강화한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는 국내 거주하고 있는 개인 또는 국내에 있는 법인이 10억원 이상의 해외 금융계좌 내역을 매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제도다. 역외 탈세를 방지하고 세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 실적은 개인 389명(2조7000억원), 법인 385곳(2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해외 은행뿐 아니라 증권, 파생상품, 보험상품 등 계좌총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도 신고하도록 했지만 신고 금액은 한 해 전보다 1조5000억원(개인·법인 96곳) 느는 데 그쳤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과세당국에 걸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아직도 해외 계좌를 숨기고 있는 ‘큰손’들이 많다”며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져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각국의 조세정보 교환협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적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는 9월부터 미국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에 따라 한국 국민이나 기업의 미국 내 금융계좌 정보가 한국 국세청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2017년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동정보교환협정(CRS)이 발효돼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50개국의 금융계좌 정보가 한국 국세청에 통보될 예정이다.
미신고자에 대한 제재도 크게 강화된다. 이달 공포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 미신고분부터 벌금 및 과태료가 계좌총액 20억원 이하는 위반금액의 4%에서 10%로 높아진다. 20억~50억원은 7%에서 15%, 50억원 초과 금액은 10%에서 20%로 각각 인상된다. 자금 출처를 밝히지 못할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도 위반금액의 10%에서 20%로 높아진다.
벌금과 과태료는 매년 누적돼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뒤늦게 적발될 경우 계좌 예치금 대부분을 벌금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100억원을 해외 은행에 예치했는데 내년까지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벌금 및 과태료는 최대 76억원에 달한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7억9000만원(20억원×4%+30억원×7%+50억원×10%)을 내야 하고, 내년에는 16억5000만원(20억원×10%+30억원×15%+50억원×20%)을 물어야 한다.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20억원 과태료가 추가된다.
기업들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법인의 100% 해외 자회사가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에도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해외 진출 기업은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해외 계좌를 갖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벌금 및 과태료가 크게 인상돼 내년부터 적용되면서 해외 금융계좌 신고도 올해가 ‘골든타임’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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