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등 내로라하는 재계 3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문을 두드린 곳은 지난 21~24일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다. 다보스포럼은 각국 정상들과 전 세계 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로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오너가 자제들에게 글로벌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석한 재계 3세들은 정계 인사들을 만나거나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며 올해 주력사업 피력에 나섰다.
◆ 3세 주력사업은…김동관 '태양광'·조현상 '스판덱스'
"유가 하락은 태양광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전력생산용으로 사용되는 석유 비중이 낮기 때문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 실장은 미국 폭스TV, 불룸버그통신 등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이어갔다. 인터뷰 내내 강조한 사업은 '태양광'이다. 그는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저유가 시대에 직면한 태양광 사업과 한화솔라원 통합법인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21일에는 크레스트라 선 호텔에서 열린 '친환경 에너지 산업(Repowering the Economy)' 세션에 참석해 에너지 분산, 탈 탄소 등 새로운 에너지 사업 모델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 자본 비용 감소, 규제 완화,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 투자의 관점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실장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다보스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쳤다"며 "특히 태양광 사업이 향후 새로운 글로벌 상황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인 조 부사장은 2006년부터 9년 연속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올해는 중국 재계 인사를 만나며 합성섬유 '스판덱스' 사업 강화에 주력했다.
그는 22일 런쉐펑(任??) 광저우시 당서기를 만났다. 광저우는 중국 광둥성의 성도로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중국 제3의 도시로 꼽힌다. 런 당서기는 광둥성에서 가장 젊은 상임위원이며, 중국 정계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스판덱스 사업장 확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광둥성에 스판덱스 공장과 무역법인 등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원단 개발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섬유개발센터를 중국에 연 데 이어 올 초까지 중국 스판덱스 생산량을 8만t까지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같은 날 밤 '인도네시아의 밤' 행사에 참석해 네트워크 활동을 벌였다. 조 부사장은 지난 해 12월 방한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주요 인사와 에너지·환경·건설 분야의 비즈니스 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 전무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영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 세계 에너지 시장, 유럽 정치·경제, 아시아 성장 관련 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인맥을 다졌다.
◆ 그룹 후계구도 중심 3인방
이번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3세들은 최근 그룹의 후계구도 이슈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로 손꼽힌다.
그룹사의 장남인 김 실장과 이 전무는 지난 해 말 각각 상무와 전무로 승진하며 후계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삼남인 조 부사장은 첫째 형인 조현준 사장과 효성 지분을 사들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김 실장은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한 뒤 한화솔라원 등기이사 및 기획실장을 거쳐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임명됐다. 올해 상무로 승진하고 김 실장이 몸 담고 있는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과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경영 승계 과정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이 전무는 지난 해 사촌지간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와 함께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이를 기점으로 사촌간 경영권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업계에선 향후 후계구도가 이주성 전무에게 기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룹을 대표하던 이태성 전무의 부친 이운형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가 맡고 있던 직무를 이주성 전무의 아버지인 이순형 회장이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효성의 경우 조석래 회장이 심장부정맥과 담낭암, 전립선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차남 조현문 부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현준·조현상 형제는 잇따라 효성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에 신호탄을 울렸다. 형제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각각 여섯 차례씩 주식을 사들이며 효성 지분율을 10.97%와 10.61%로 끌어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3세들이 국제 행사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도 경영 승계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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