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獨 대표 디젤 스포츠 쿠페…가격·실용성 vs 운전 재미

입력 2015-01-29 07:00  

시승기 /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 vs BMW 220d M


[ 정인설 기자 ] 스포츠 쿠페는 이기적인 차량이다. 모든 기능이 운전석에 몰려 있는 데다 앞좌석만 넓을 뿐 뒷좌석은 좁아 누구를 태우기 민망하다. 트렁크도 작아 짐 싣기도 불편하다. 고성능이 기본이기 때문에 연비가 좋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편견일 수 있다. 지난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BMW의 ‘220d M 스포츠에디션’과 폭스바겐의 ‘시로코 R라인’을 경험하면 스포츠 쿠페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뀔 수 있다. 고성능 차량인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닮은 꼴이다.

스포츠카는 민첩해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지만 220d M과 시로코 R라인은 독일의 대표 선수답게 디젤엔진을 달았다. 그렇다고 가솔린 차량에 비해 순발력이 뒤지는 것도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모두 7초대다. 시로코는 이전 모델보다 이 시간을 0.4초나 당겼다.

엔진 힘을 나타내는 최고출력을 보면 두 모델은 쌍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둘 다 4000rpm가량에서 최고 184마력의 힘을 낸다. 오르막을 달릴 때 위력을 발휘하는 최대토크도 비슷하다.

공간도 겉보기와 달리 넓은 편이다. 시로코와 220d에 각각 성인 4명이 타고 달렸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시속 150㎞까지 무난하게 올라갔고 오르막에서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래도 차이는 있었다. 일단 생김새부터 다르다. 220d는 정통적인 스포츠쿠페 계보를 잇고 있다면 시로코는 해치백과 쿠페를 섞어놓은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220d는 앞모습에 신경을 썼다면 시로코는 뒤태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구동 방식. 220d는 후륜구동의 대명사인 BMW에서 나온 차인 만큼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가속은 경쾌하고 반응도 빠르다. 운전모드를 바꿀 때마다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시로코는 전륜구동이다. 남산 순환도로 같은 곡선길에서 핸들링이 부드러웠다. ‘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로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시로코의 본래 의미처럼 거침이 없다. 급히 방향을 틀어도 차가 밀리는 느낌이 없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실내 공간. 문이 2개밖에 없는 쿠페라 뒷좌석이 다소 좁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타고 내릴 때 다소 불편한 점을 제외하면 일반 세단과 거의 차이가 없다. 220d는 트렁크를 보면 입이 쫙 벌어진다. 390L 정도인 트렁크 공간은 어지간한 중형 세단보다 크다. 이전 모델보다 20L 늘어났다.

마지막 장점은 연비. 광의의 스포츠카 범위에 속하는 차량이라 연비에 대한 기대는 접고 들어가야 하지만 220d는 그렇지 않다. 토요일 답답한 서울 시내를 주행해도 Ш奏?한 자릿수 아래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간선 도로를 달릴 때는 평균 연비가 19㎞까지 나왔다. 16.7㎞인 공인 복합연비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시로코의 복합연비도 14.8㎞로 평균 이상이다. 성능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BMW와 폭스바겐의 고성능 차량을 뜻하는 M과 R라인은 아무나 붙이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가격에선 시로코가 조금 더 매력적이다. 시로코 R라인의 국내 판매 가격은 4330만원으로 220d M(5190만원)보다 800만원 이상 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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