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와이즈먼 지음 /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96쪽 / 1만4000원
[ 서화동 기자 ] 1980년 5월16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 3승2패로 앞서가던 레이커스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팀의 중심인 카림 압둘 자바가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 감독은 신인 포인트가드인 매직 존슨에게 센터를 맡겼다. 센터에 선 존슨에게 상대팀 세븐티식서스의 센터는 이렇게 비아냥댔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하지만 매직 존슨은 센터, 포워드, 가드 역할을 해내면서 42득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 3스틸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게임을 지배했다. 경기당 평균 33득점을 한 자바를 능가했다. 결과는 123-107의 승리. 매직 존슨은 결승 MVP를 차지했다.
《루키 스마트》는 이런 사례를 들려주며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리더가 되려면 축적된 경험과 숙달된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는 ‘루키’의 눈과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멀티플라이어》로 유명한 리즈 와이즈먼. 실리콘밸리에 있는 리더십 연구 및 계발 회사인 와이즈먼그룹 대표다.
그는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주창한 ‘1만시간의 법칙’은 연주자, 외과의사, 운동선수처럼 육체적·기술적 기교를 터득해야 하는 직업에 주로 해당되는 것일 뿐 업무 성과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 경험은 저주가 돼 낡은 행동 방식과 지식 안에 우리를 가둔다”며 오히려 미숙하고 무지하며 위험스러워 보이지만 자유롭고 도전적인 루키가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던 24세에 오라클에 입사해 기업 대학 설립 책임을 맡아 1년 뒤 세계 100개국에 기업 대학을 확장했던 저자의 경험도 그런 사례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수많은 리더가 접하는 현실은 ‘뷰카(VUCA) 세상’이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강한 환경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런 환경은 높은 경각심과 기민한 상황 판단을 요구한다. 여건이 빠르게 바뀌고, 실수를 저지르기 쉬우며, 사방에 의외의 요소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총량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매년 지식의 15~30%가 쓸모를 잃는 시대에서는 경력의 사다리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 방식, 기민성, 지치지 않는 임기응변 등 루키들의 특성인 ‘루키 지능’을 활용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 연구팀이 100여명의 관리자와 200여명의 전문가, 10여명의 루키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가 담겨 있다.
저자는 경험 많은 베테랑과 다른 루키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배낭여행자, 수렵채집자, 불 위를 걷는 자, 개척자 네 가지로 요약한다. 루키는 과거의 모범 관행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며 배낭여행자처럼 움직인다.
거의 무지의 상태에서 수백개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버진그룹 창립자 리처드 브랜든이 그랬다. 루키는 자기만의 경험이 적고 스스로 방향을 모르는 대신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지식을 수렵채집하듯 모은다. 또한 장거리를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베테랑과 달리 루키는 불 위를 걷는 자처럼 빠르게 행동한다.
나이키에는 ‘뉴 크루’라는 300여명의 젊은 리더 그룹이 있다. 이들은 나이키 문화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임원회의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멘토링까지 해주는 그룹이다. 이처럼 루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최고의 성과를 올리려면 리더가 이들을 올바른 영역으로 유도하고 이끌어야 한다. 또한 리더도 베테랑 감각을 유지하되 끊임없이 루키 지능을 학습해야 한다. 조직 체계도 루키에게 발언권과 기회를 주는 ‘루키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리더를 ‘영원한 루키’라고 저자는 이름 지었다.
그런 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루키 스마트형 리더라 할 만하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선수들의 의견도 작전에 반영한다. 선수 선발 기준은 과거의 경력이 아니라 현재의 실력과 열정이다.
그는 “내게는 열정이 있고,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며 경험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선수를 발탁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 그렇게 뽑은 상무 소속의 무명 공격수 이정협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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