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사태의 오류 3가지

입력 2015-01-30 07:00  

경영학 카페

(1) 국민 아닌 권력자 눈치만
(2) 목적과 실행방법 불일치
(3) 관계자들의 절차적 실수



연말정산으로 시끄럽다. 정책 결정에서 일방적인 독주로 거침없던 정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적 저항에 봉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안일했다. 심각성은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각료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용은 민초들의 분노와 거리가 멀었다. “개인별로 세금은 차이가 날 수도 있으니 이해해라. 이번 연말정산은 그대로 하고 3월 이후에 세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이 기껏 내놓은 처방이다. 국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이런 기자회견을 국정 최고책임자는 “잘하셨다”고 칭찬하면서 “국민들의 이해가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국민들의 이해 부족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다 다를까. 이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섰다. “적게 떼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의 전환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방점을 찍었다. 국민들은 더 분노했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은 이번 연말정산부터 소급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몇 가지 교훈을 얻어보자.

먼저 이번 사태의 첫 번째 잘못은 최고권력자의 눈치만 살폈다는 점이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처럼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할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연말정산 문제는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한 ‘증세 없는 복지 확충’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이 모순된 약속을 청와대는 물론 장관과 여당까지 사수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국민은 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는 것을 체감한다. 이미 담뱃값 인상으로 주머니가 얇아졌다. 또 군불을 지피고 있다고 느끼는 주세나 자동차세, 주민세도 걱정이다. 그러던 차에 연말정산으로 폭탄을 맞았다. 세금이 확실히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최고권력자를 향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추구하는 목적과 실행 방법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방법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과 상충됐던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이 위기라고 호소하며 출산 장려책을 펴왔다. 그런데 세법은 다자녀소득공제와 출산소득공제 혜택을 없애버린 쪽으로 개정됐다. 더 많이 출산했더니 세금이 오히려 늘게 됐다. 또 2013년 세법 개정 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연봉 5000만원대 이하 근로자들에게는 세금 부담이 적어 “거위털을 뽑는 것과 같이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 연봉대의 적지 않은 근로자들도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방법을 설계하면서 목적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충분한 모의 실험을 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부 관계자들이 가진 사고와 행동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Start With Why》의 저자 사이몬 시네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목적한 바를 성취하려면 왜(Why)→어떻게(How)→무엇을(What)의 순서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왜 나는 이 직책을 맡고 있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방법에서의 프로세스가 그에 합당한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무엇을 하는지,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말정산 사태와 관련해 경제 수장인 각료나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련 당사자들은 왜 그 직책을 맡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무엇을’만 강조하다 보니 국민들은 ‘어떻게’와 ‘왜’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 세 가지 차원의 오류는 과연 우리 기업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돌아볼 일이다.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할 직원이나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최고경영자의 눈치만 보는 일, 좋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일치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른 결과를 내는 일, 바쁘다는 이유로, 충분히 이해했을 거란 오판으로 ‘왜’는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어떻게’와 ‘무엇을’만 강조하는 일 말이다.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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