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R&D의 힘! SK케미칼, 친환경 소재·제약업체로 변신

입력 2015-01-30 07:10  

Cover Story - SK케미칼

제약·친환경·고기능 소재 '삼두마차'

환경호르몬 배출 폴리카보네이트 대체
에코젠, 2년내 매출 1000억 목표
친환경 접착제 등 新소재 개발 중

자동차·전자부품 소재 선점 위해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도전
日화학업체와 손잡고 합작공장 건설

10년간 3000억 뚝심있는 투자로
세포배양 독감백신 판매 허가
"2020년 글로벌 백신 시장 선도"



[ 박영태 기자 ]
SK케미칼은 변신을 거듭하며 발전한 기업이다. 석유화학은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 산업으로 일반적으로 변화가 더디다. 그렇지만 이 회사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1969년 섬유회사로 출발한 SK케미칼은 페트병을 만드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고기능 화학소재와 제약사업으로 아메바처럼 영역을 확장했다. 그 사이 회사 이름도 선경합섬→선경인더스트리(1988년)→SK케미칼(1998년)로 세 차례나 바꿨다.

부단한 진화를 통해 ‘최초’ 기록도 양산했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화학소재인 에코젠 양산기술을 확보했고 국내 화학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슈퍼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양산에도 뛰어들었다.

화학 분야뿐 아니다. 제약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세포 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 허가를 국내에선 최초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받았다. 김철 SK케미칼 사장은 “올해가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석유화학산업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메바 DNA…끊임없는 변신

SK케미칼은 199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대대적인 사업 리모델링 작업을 벌였다.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에 빠지자 매출 1조7000억원 규모의 주력 사업이던 섬유사업을 과감히 떼어냈다. 당시 삼양사와 손잡고 50 대 50 비율로 섬유회사인 휴비스를 따로 세웠다. 자금 확보를 위해 유로켐 등 해외법인도 처분했다.

SK케미칼은 사업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1999년 매출(1조284억원)의 77%가 섬유와 범용 유화제품 중심이었고 수지사업 비중은 12%, 제약사업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16년 만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 바뀌었다. 친환경 소재와 헬스케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결과다. 수지사업은 매출 비중 38%(2013년 실적 기준)로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 다음이 제약 34%, 바이오디젤 12%, 고기능성 소재 18%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구조는 고부가가치 소재와 에너지 등 그린케미컬 부문과 제약·바이오 부문이 중심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기능 친환경 수지에 승부 건다

SK케미칼은 고기능성 친환경 소재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이스트먼케미컬이 독점해오던 고기능성 친환경 소재로, 유아용품 등의 소재로 쓰이는 폴리 에틸렌 테레프탈산 글리콜(PETG)을 스카이그린이라는 브랜드로 개발했다. 이어 발광다이오드(LED) 소재인 폴리사이클로헥슬렌디메틸렌 테레프탈레이트(PCT)는 연간 매출 1000억원의 세계 1위 소재 제품으로 키워냈다.

고내열성 투명 폴리머인 에코젠도 상용화했다. 에코젠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원료를 15~20% 함유한 친환경 소재다.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에코젠은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라며 “2년 내에 매출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미국 네이처웍스가 독점해온 폴리라틱애시드(PLA)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이 회사가 개발한 PLA는 과자봉지 등으로 쓰이는 친환경 소재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분해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데다 경쟁사 제품에 비해 유연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김종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은 “친환경 접착제 등 10여개의 신규 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220억원이었던 화학사업부문 연구개발비를 올해 300억원으로 늘려 신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도 효자 사업으로 꼽힌다. 2006년 울산공장의 기존 설비를 활용해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팜오일 繡鳧?바이오디젤 물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연간 4만t이던 생산 규모를 12만t으로 늘렸다.

국내 첫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진출

이 회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이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하고 강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으로 바스프, 다우케미컬 등 글로벌 화학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일본 화학업체 데이진과 손잡고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를 생산하는 합작사 이니츠를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 중이다. PPS는 200~250도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뛰어난 내열성과 200도 이하에서는 어떤 용매에도 잘 녹지 않는 내화학성을 갖춰 자동차와 전자부품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미래형 소재다. 연평균 7% 이상 성장하고 있으나 이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유일하다. 기존 PPS 제조 방식과 달리 독성물질인 염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백신시장 ‘정조준’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세포배양 방식을 활용한 독감 백신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기존 유정란 백신과 달리 외부 오염에 노출되지 않는 데다 항생제나 보존제 등을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경영진이 10여년에 걸쳐 3000억원 이상을 뚝심 있게 투자한 성과다.

연구개발(R&D)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적 백신 생산업체인 사노피 파스퇴르로부터 500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차세대 폐렴 백신 공동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穿巒躍搔객鳴纛慊汰榮騈막觀壙?490만달러를 지원받아 국제백신연구소와 함께 장티푸스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현재 임상 중인 백신도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 2020년 이후에는 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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