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춘추전국시대⑤·끝]메쉬코리아, 데이터 '덕후'의 만능 배달…생필품부터 명품까지 '부탁해'

입력 2015-01-30 11:07  

IT 기술로 승부 건 '무인 배차 시스템'…직원 절반이 연구직
'메쉬 프라임'으로 명품 배달…위기 돌파구서 실적 효자로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춘추전국시대다. 배달통이 2010년 첫 스타트를 끊은 지 5년 만에 음식배달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컸다. 그러나 이제 막 개화한 배달앱 시장은 판을 더 키울 모양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빅3'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에게 도전장을 낸 후발주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배달앱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CEO들의 얘기를 5회에 걸쳐 담는다. <편집자 주>

[ 최유리 기자 ] "전화보다 쉽고 내비게이션보다 믿을 수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더 많은 물건을 배달할 수 있죠. 경쟁사들이 기존 배달 시스템을 모바일로 옮겨 올 때 메쉬코리아는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본거죠."

유통과 정보기술(IT)의 경계를 오가는 다른 배달앱과 달리 메쉬코리아는 IT를 전면에 내세웠다.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배달 기사와 이용자를 1:1로 연결한 것. 음식과 생필품 배달앱인 '부탁해'와 명품 배달서비스 '메쉬프라임'의 기반이 된 기술이다.

메쉬코리아의 IT DNA는 창업 멤버에서도 드러난다. 유정범 대표(사진)가 과외로 인연을 맺은 공학도들을 모아 회사를 차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직원 절반이 연구직인 메쉬코리아는 배달음식이 아닌 배달허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 160번 시도 끝에 나온 시스템…콜센터 없이 배달간다

유정범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에 뉴욕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던 그가 배달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일에 대한 회의였다. 누군가가 지는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목 말랐던 그다. 배달 기사의 처우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륜차와 사륜차를 합치면 300만명 이상이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콜센터 등 중간에서 마진을 떼어가기 때문에 정작 목숨을 걸고 뛰는 기사들은 처우가 형편없죠. 이들을 사업 파트너로 삼고 배달 시장을 공략하면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배달업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콜센터 역할을 대신할 시스템이 필수적이었다. 기사와 이용자가 곧바로 연결돼야 기사가 가져가는 몫이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과외 제자들과 의기투합했다.

"한국에서 SAT 과외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인재들입니다. 회사 창업 멤버 7명 중 저와 운영이사를 뺀 나머지는 모두 공대 출신이죠. 수재들과 손을 잡았지만 시스템 개발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4년 반 동안 160개가 넘는 버전을 내놓으면서 지금에 이르렀어요."

수많은 시도 끝에 나온 것은 바로 '무인 자동 배차 시스템'. 지형과 기사의 배달 기록, 길의 신호까지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최적의 배달 경로는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최적의 경로를 이용하면서 시간당 배달 건수는 0.8건에서 3.5건으로 늘었다. 기사가 정확한 시간에 배달하니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 벼랑 끝에서 밧줄된 '명품 배달'…성장 이끌 '쌍두마차' 확보

무인 자동 배차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위기는 찾아왔다.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회사에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면서 유 대표가 개인 자금을 털어 넣기도 했다.

"회계와 수학을 전공해서인지 수치화되지 않은 리스크를 못 견디는 성격입니다. 당시 사업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짠 후 시뮬레이션을 100번도 넘게 돌려봤죠. 부탁해가 성장하고 있었지만 마케팅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돌파구는 될 수 없었어요."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던가. 유 대표는 명품 배달 서비스인 메쉬프라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리뼉猪美?? 타임메카 등 명품 전문 쇼핑몰과 손잡으면서 메쉬프라임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명품 소비자들은 배송료를 더 주고라도 당일에 받아보고 싶어합니다. 되도록 매장에서 구입하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메쉬프라임의 서비스는 단순 배달에 그치지 않습니다. 배달 기사가 흰 장갑을 끼고 직접 품질보증서와 물건을 확인시켜 주기도 해요."

올해도 메쉬코리아의 성장은 부탁해와 메쉬프라임이 이끌 예정이다. 부탁해의 하루 배달건수를 현재 800건에서 1000건 이상으로 높이는 게 유 대표의 목표다. 메쉬프라임은 서비스 영역을 서울에서 전국 광역시로 넓힐 계획이다.

"올해에는 부탁해의 TV 광고를 시작해 이용자와 접점을 늘릴 겁니다. 개발한 배달 시스템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도 본격화할 생각이고요. 메쉬코리아의 전성기는 지금부터입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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