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온라인 2' 숨바꼭질 모드로 본 가벼움의 무게

입력 2015-01-30 14:26   수정 2015-01-31 21:40

<p>'너무 가벼워진 난 사랑한단 말에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어.
I know 뭐가 잘못된 건지 알어.
I know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 말어.'
-프라이머리의 'Playboy's Diary' 중</p> <p>세상은 끊임없이 가벼워지고 있다. 각종 전자기기는 점점 작고 얇아지고,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로 안고 조금이라도 더 마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무게를 떠나, 각종 콘텐츠들도 캐주얼해지고 있다.</p> <p>2014년 큰 사랑을 받았던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실력있는 래퍼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알리는 등용문의 역할을 했다. 기존의 '랩'이 다소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어내는 마이너한 장르였다면, 이제는 한여름밤의 꿀 같은 기억이나, 썸남&썸녀의 미묘한 심리를 가볍게 풀어내며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p> <p>물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요즘, 프라이머리의 노래 가사처럼 뭔가 '잘못된' 걸까? 온라인 FPS 게임으로 볼 때, 캐주얼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흥행공식을 보여주는 잘된 예이다.</p> <p>■ 서든어택 '이국주' 캐릭터의 묵직함이 가져온 가벼움</p> <p>온라인 FPS 게임 시장은 지난 10년간 몸소 부침을 겪으며 엔진과 그래픽의 기술력이 더 이상 흥행조건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p> <p>물론 골수 마니아층에게는 복잡하고 사실적 전투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직관적이고 간편함을 앞세운 대중적 콘텐츠가 훨씬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온라인 게임에서도 '로우 스트레스'가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p> <p>
한국 온라인 FPS의 선두를 오랜 기간 지킨 '서든어택'에서는 얼마 전 '이국주' 캐릭터를 추가하며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국주 캐릭터는 전례에 없던 거대한 캐릭터 크기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고, 정확하게 목표를 조준해야 하는 FPS 게임의 공식을 완전히 깨버렸다.</p> <p>게임의 '승리'에서 볼 때, 이국주 캐릭터는 선택할 이유도 없고, 선택해서는 안되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국주의 묵직함(?)은 오히려 유저들에게 승리에 대한 압박이 아닌,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다가갔다.</p> <p>■ 숨바꼭질 모드의 캐리는 '잘 쏘기'가 아닌 '잘 숨기'</p> <p>
또 다른 FPS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2(이하 카스 온라인 2)'에서는 이러한 트렌드가 '숨바꼭질 모드'의 흥행으로 증명되었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숨바꼭질 놀이를 FPS에 접목해, 올 겨울 게임순위 차트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어 냈다.</p> <p>숨바꼭질 모드는 일단 컨트롤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친숙한 숨바꼭질 놀이의 룰을 그대로 가져와, '누가 더 총을 잘 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찾고, 누가 더 잘 숨는가'의 심리전이 승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숨바꼭질 모드에서 부담이 있다면, 제한시간 4분 안에 적들에게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는 스릴이다.</p> <p>유저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지형 속에서 다양한 사물로 변신해 적절한 장소로 몸을 숨겨야 한다. 가로등, 자판기, 장갑차 등으로 주변 지형과 어색하지 않게 변신하거나, 심지어 치느님(닭)과 같은 예상하기 어려운 생물로 둔갑해 술래로부터 도망다닐 수도 있다. 여기서 가로등이 되느냐 치느님이 되느냐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p> <p>한편 제한시간 내 숨은 사람들을 찾아야하는 술래 진영은 의심되는 목표물을 사격해 숨어있는 유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럼 아무거나 막 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술래가 지도상의 일반 사물을 유저로 오인하고 사격하면 체력이 깎인다. 따라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 신중하게 사격해야 한다.</p> <p>오히려 '숨바꼭질 모드'에서의 인재는 총 잘 쏘는 사람보다는 '다른 그림 찾기'의 고수다. 주변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눈치 빠르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팀에 승리를 가져온다.
</p> <p>■ 게임 내 점유율 60%에 육박, 10대 유저 입소문</p> <p>'너무 가벼워진 FPS, 총 쏘는 소리에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
you know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
you know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 말아.'</p> <p>골수 FPS 마니아 유저들에게는 '이게 무슨 FPS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캐주얼한 게임모드지만, 이미 '숨바꼭질 모드'는 게임 내 점유율 60%를 상회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카스 온라인2'의 유저층을 확대시키기도 했다.</p> <p>전통적 FPS 게임 방식을 따른 '오리지널 모드'에서는 성인층의 하드코어 유저가 많았다면, '숨바꼭질 모드'의 공개 이후 10대 유저가 2배 이상 늘어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성비 역시 남녀 8:2에서 6:4까지 변하며 여성 유저의 비율도 증가했다.</p> <p>플레이 도중 일어난 재밌는 상황이 영상과 이미지로 확산되고, 유명 BJ의 온라인 방송 채널로 자신의 플레이를 실시간 중계하며 숨바꼭질 열풍에 동참하기도 했다.</p> <p>이로 인해 지난 가을부터 점차 이용량이 증가하고, 겨울에는 게임트릭스 기준으로 PC방 FPS 게임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전체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는 20위로, 이전 대비 10배나 상승한 수치다.</p> <p>예정규 넥슨 카스온라인2 개발 총괄 실장은 '정통성을 고수하기보다 게임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숨바꼭질 모드와 같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 전했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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