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진 기자 ]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30일 회고록과 함께 출간한 에피소드북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서 이명박 정부 참모회의 비화를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어서 회고록에 인간적인 측면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예로 세계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중병에 걸렸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병색을 감추기 위해 화장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병명은 해외 출판 시 문제가 될 것을 감안해 밝히지 않았다.
에피소드북에는 또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한국 재벌가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감정 표출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대목도 나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승계 문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비쳐질까봐 정 전 회장의 아들 누구와도 차 한 잔 따로 안 했으며 “대통령이 되기보다 현대그룹 이인자가 되는 게 험난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소개돼 있다.
2013년 10월부터 이명박 정부 당시 장관과 수석을 맡았던 10여명이 매주 한 차례씩 모여 회고록 초안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거듭했던 일화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담겼다는 비판에 대해 김 전 수석은 “회고록은 참회록이 아니다”며 “어느 정도 자랑과 합리화는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의 다자 정상회담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그려 보여주면서 “수영복이 짧아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농담한 일화를 회고록에 넣고 싶어했으나 그림을 찾지 못해 수록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실려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새누리당 의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에 대해선 “3김 시대 방식의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40대 총리가 나서면 사회 전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회고록이 외교·안보 분야를 주로 다룬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대해 “재임 중 선거구 개편이나 개헌 등을 이루고 싶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런 부분들이 왜 필요한지 의사를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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