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대상 축소냐, 유지냐…법사-정무위 '격돌'

입력 2015-02-01 21:00   수정 2015-02-02 03:39

2월 국회처리 '난항' 예고

이상민 법사위원장
"정무위 안은 제동 풀린 자동차…잘 다듬어야 흉기가 되지 않는다"

정우택 정무위원장
"법사위는 체계·자구 수정만 가능…정무 위원들 번복 생각 전혀 없다"



[ 고재연 기자 ]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법 적용 범위를 놓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간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안 심의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상민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된 데 대해 “고위 공직자에 한정해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김영란법을 심의해온 정무위원회의 정우택 위원장(새누리당)은 “법사위에서 법안 취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수정 반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법사위원장은 1일 김영란법 적용 범위와 관련, “당초 원안에 있던 수준으로 국회의원과 판·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족 범위에 대해서도 동거하는 가족으로 제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무위는 지난달 12일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대가성·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적용 범위를 사립학교·유치원·언론사 종사자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적용 대상이 1500만~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과잉 입법’ 논란이 불거졌다.

이 위원장은 “정무위 수정안은 제동장치가 풀린 자동차가 비탈길을 내려오는 것과 같다”며 “법사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서 잘 다듬어야 흉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위 안대로 하면 극단적으로 봤을 때 법이 무력화되거나 검찰, 경찰, 권익위원회가 나서서 국민의 일상생활을 샅샅이 뒤지는 검찰국가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이니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법사위원들과 토론도 하고 언론단체와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정무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사위의 법안 수정 움직임에 대해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는 체계·자구 수정 등만 할 수 있지 본질적 내용은 수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법사위에서 위헌 판결이 난다면 정무위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논의하겠지만 정무위원 중 기존에 정한 적용 범위를 정무위 스스로 번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위원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덧牟눼?

김기식 정무위 야당 간사 역시 지난달 15일 “법사위가 김영란법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할 경우 불법이자 월권”이라며 수정 반대를 주장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고위 공직자’에게 한정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주장에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지 고위 공직자 몇 사람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전혀 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김영란법 원안도 공공 유관단체와 공사인 KBS, EBS 등을 포함해 155만명이 대상이었다”며 “고위 공직자에 한정하고자 한다면 김영란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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