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사위원장
"정무위 안은 제동 풀린 자동차…잘 다듬어야 흉기가 되지 않는다"
정우택 정무위원장
"법사위는 체계·자구 수정만 가능…정무 위원들 번복 생각 전혀 없다"
[ 고재연 기자 ]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법 적용 범위를 놓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간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안 심의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상민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된 데 대해 “고위 공직자에 한정해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김영란법을 심의해온 정무위원회의 정우택 위원장(새누리당)은 “법사위에서 법안 취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수정 반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법사위원장은 1일 김영란법 적용 범위와 관련, “당초 원안에 있던 수준으로 국회의원과 판·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족 범위에 대해서도 동거하는 가족으로 제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무위는 지난달 12일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대가성·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적용 범위를 사립학교·유치원·언론사 종사자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적용 대상이 1500만~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과잉 입법’ 논란이 불거졌다.
이 위원장은 “정무위 수정안은 제동장치가 풀린 자동차가 비탈길을 내려오는 것과 같다”며 “법사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서 잘 다듬어야 흉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위 안대로 하면 극단적으로 봤을 때 법이 무력화되거나 검찰, 경찰, 권익위원회가 나서서 국민의 일상생활을 샅샅이 뒤지는 검찰국가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이니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법사위원들과 토론도 하고 언론단체와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정무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사위의 법안 수정 움직임에 대해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는 체계·자구 수정 등만 할 수 있지 본질적 내용은 수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법사위에서 위헌 판결이 난다면 정무위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논의하겠지만 정무위원 중 기존에 정한 적용 범위를 정무위 스스로 번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위원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덧 牟눼?
김기식 정무위 야당 간사 역시 지난달 15일 “법사위가 김영란법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할 경우 불법이자 월권”이라며 수정 반대를 주장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고위 공직자’에게 한정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주장에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지 고위 공직자 몇 사람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전혀 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김영란법 원안도 공공 유관단체와 공사인 KBS, EBS 등을 포함해 155만명이 대상이었다”며 “고위 공직자에 한정하고자 한다면 김영란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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